터널 나오자 몰아치기…슬럼프 탈출 레벨도 달라진 손흥민

  • 뉴스1
  • 입력 2020년 2월 3일 1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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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팀을 구성함에 있어 중요하지 않은 포지션이 있겠냐마는 그만큼 투수의 비중이 크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그중에서도 ‘에이스’는 팀 전력의 기둥과 같은 존재다. 상징성도 있고, 실질적으로 등판할 때는 승리의 보증수표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때문에 에이스의 덕목을 소개할 때는 “연승은 이어줘야 하고 연패는 끊어줘야 한다”는 내용이 자주 나온다.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는 보다 높이 비상할 수 있는 징검돌이 되어야하며 전체적으로 내리막을 걸을 때도 반전의 발판이 되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팀 부진이 길어지더라도 에이스는 같이 흔들리지 말아야한다. 축구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1960~70년대 아시아를 대표하는 수비수로 명성을 떨쳤던 김호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누구든지 짧은 기간 동안은 ‘반짝’ 잘 할 수는 있다. 그 ‘잘하는 기간’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유지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진짜 고수라면, 스타나 에이스라 불리려면 꾸준하게 그 수준을 유지해야한다”고 전한 바 있다.

기복 없이 높은 레벨을 유지할 수 있어야 소위 ‘다른 클래스’라 칭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누구든 슬럼프는 찾아온다. 그것을 얼마나 빨리 끊어내고 원 궤도로 복귀할 수 있는지도 선수의 수준을 가르는 항목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손흥민은 확실히 비범한 위치로 올라선 모습이다.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강 클럽 중 하나인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시즌 13호골, 정규리그 7호골을 뽑아냈다. 이날 득점으로 손흥민은 최근 3경기 연속득점에 성공했다.

토트넘은 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2019-20시즌 EPL 25라운드 홈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10승7무8패 승점 37점이 된 토트넘은 3계단 뛰어오른 5위까지 전진했다.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 첼시(승점 41)와의 격차는 4점으로 줄어들었다. 해볼 만한 싸움이 됐다.

이날 윙포워드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1-0 불안한 리드를 잡고 있던 후반 26분 결정적인 추가골을 기록했다. 페널티에어리어 외곽에서 은돔벨레의 스루패스를 오른발 터치로 잡아낸 손흥민은 그대로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연결해 맨시티 골문 구석을 갈랐다. 첫 터치와 이어지는 슈팅 동작 모두 빠르고 정확했다.

지난달 23일 노리치시티전, 26일 사우샘프턴전(FA컵)에 이어 3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던 순간이다. 정규리그 7호포였고 UEFA 챔스리그 등 각종 대회를 합쳐 시즌 13호 득점이었다.

알다시피 손흥민은 한동안 부진에 빠져 있었다. 지난해 12월8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70m 폭풍 질주 후 원더골’ 이후 좀처럼 골맛을 보지 못했다. 주포 케인이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에이스 몫을 해야 했던 손흥민은, 부진이 길어지자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2020년 들어서도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던 손흥민은 지난 1월23일 리그 최하위 노리치시티전에서의 헤딩 슈팅으로 터널을 빠져나왔다. 멋진 골은 아니었다. 상대 문전에서 펼쳐진 어수선한 상황에서 제자리점프 후 머리로 밀어 넣었던 장면이다. 그러나 ‘공격수가 슬럼프를 탈출하는데 최고 보약은 골’이라는 축구계 격언대로 손흥민이 어깨의 짐을 내려 놓는 계기가 됐다.

손흥민은 1월26일, 한국시간으로 설날에 펼쳐진 사우샘프턴과의 FA컵 32라운드에서 다시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리고 이날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멋진 골을 터뜨리면서 ‘쏘니’의 컴백을 알렸다. 에이스가 돌아오자 팀도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숫자상으로 흐른 시간은 1달 절반가량이지만 그 사이 퇴장으로 인한 3경기 출장정지도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꽤 빨리 탈출한 셈이다. 그리고는 이내 몰아치기로 모드를 바꾸었다. 슬럼프를 끊어내는 레벨도 달라진 손흥민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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