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하다 다친 친구, 이틀 뒤 숨졌지만 2심서도 집유…왜?

  • 뉴스1
  • 입력 2020년 1월 22일 10시 43분


코멘트
© News1 DB
© News1 DB
“왜 반말하냐”며 소주병으로 자신을 먼저 때린 친구를 다치게 해 이틀 뒤 사망에 이르게 한 50대 남성에게 2심에서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피해자의 얼굴을 공격했어도, 사망원인이 된 머리에 부상을 입히는 장면을 봤다는 진술, CCTV 영상이 없다면 상해치사 혹은 폭행치사 혐의는 적용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형두)는 특수협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53)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과 12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2017년 12월30일 경기 연천군 소재 한 치킨집에서 김씨와 친구 A씨(당시 50세)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반말을 하는 김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A씨는 소주병으로 김씨의 이마를 내리쳤고, 이에 둘은 서로 싸운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집으로 옮겼으며, A씨는 김씨가 방문한 31일 오전 4시께까지 혼자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의식을 잃은 김씨를 발견한 A씨는 119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틀 뒤인 이듬해 1월2일 오전 2시께 A씨는 왼쪽 머리부위 손상으로 사망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 2018년 경기 연천군 소재 식당에서 가위로 종업원을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특수협박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경찰관의 얼굴을 때리고, 욕을 한 혐의도 있다.

쟁점은 A씨의 사인인 머리뼈 골절, 뇌부종에 김씨의 폭행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였다.

재판 내내 김씨는 “A씨가 먼저 소주병으로 내리쳐 이마가 찢어졌다. 때리지 않았다”며 “한손으로 상처 부위를 막고 한손으로 피해자의 폭행을 방어했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김씨가 당시 착용하던 신발 오른쪽 발등에서 김씨와 A씨의 혈흔이 검출됐다”며 “A씨 집 싱크대에서 A씨의 혈흔이 발견됐는데, 이는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세척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먼저 1심 재판부는 Δ싸움 당시 출동 소방관이 A씨의 안면부에 손톱으로 긁힌 찰과상 을 봤다고 진술 한 점 Δ부검 결과, A씨의 안면부 4군데에서 상처가 발견된 점을 들어 김씨가 A씨를 폭행했다고 봤다.

또 1심 재판부는 치킨집 주인 B씨가 “김씨가 A씨를 넘어뜨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몸싸움 당시 김씨가 A씨를 밀쳐 머리를 다치게 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싸우고 집에 돌아온 A씨가 집에서 5~6시간 혼자 있으면서 혼자 이동하다가 넘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며 “김씨가 A씨를 폭행한 사실은 인정되나 사망에 이르게 했음을 인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김씨에게 적용된 상해치사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고, 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미 3차례 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며 ”폭행죄 피해자 유족, 특수협박죄 피해자인 식당종업원, 공무집행방해죄 피해 경찰관이 모두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해당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넘어왔다.

2심 재판 내내 양측은 사망 원인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이후 집에 남겨졌을 때 혼자 넘어져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싸움 당시 가해진 충격 때문에 몸을 가누기 어려워서다“라며 ”김씨가 A씨의 집에 찾아간 이유도 A씨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도 1심이 옳다고 봤다.

김 부장판사는 ”A씨와 같은 고향 출신인 김씨가 A씨의 집에 찾아가는 것이 이례적인 일로 볼 수 없다’며 “부검결과 당시 A씨의 뇌혈액 알코올농도는 0.118%, 심장혈액 알코올 농도는 0.026%로 몸을 가누지 못해 스스로 넘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시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