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 행동’ 예고한 北, 3주 가까이 잠잠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17일 0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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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적으로 김정은 밝힌 '정면돌파전' 실천 강조에 주력
김계관, 치밀한 계산끝에 트럼프·김 친분관계 애써 강조
트럼프 재선 여부 견주며 행동 나설 시기 저울질하는 듯

새해 들어 북한이 이례적으로 조용하다. 이는 지난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제재에 대한 ‘충격적 실제 행동’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될 것’ 등 요란하게 위협한 것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차분해’ 의아스러울 정도다.

이에 더해 트럼프 미대통령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이례적으로 만나 김위원장의 생일 축하 인사를 전달해달라고 한 것과 관련,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지난 11일 남한 당국이 “주제넘게” “설레발을 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직접 전달받았다고 밝히는 등 미국과 정상급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는 김위원장이 지난해 4월 지난 연말까지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새로운 길로 나아가기가 말처럼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위원장은 연말 전원회의에서 장시간 연설을 통해 ‘더이상 미국의 제재 해제를 기대하지 않고 정면돌파전으로 난관을 뚫고 나가자’고 강조했었다.

이후 북한은 ‘정면돌파전의 각오’를 밝히는 집회를 전국적으로 개최하고 있고 노동신문도 매일같이 이를 강조하는 사설과 논설, 기사를 싣고 있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이 미국과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풀어냄으로써 경제를 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으나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무산되면서 대내외적 위기감이 고조됐으며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권위가 손상될 위험성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김위원장은 지난해 집중적으로 신무기 개발을 서두르고 백두산에 백마를 타고 오르는 등 “새로운 결단”을 준비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상징조작을 통해 북한 주민들 사이에 긴장감을 고조시켰었다.

그러나 김위원장이 연말에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을 북한이 처한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김위원장의 “새로운 결단”이 다시 한번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수준임이 밝혀지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실망감을 표시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관측들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이와관련 김위원장은 당정군의 고위 간부들 3분의 2가량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진행하는 한편 간부들의 충성심을 점검하는 과정을 통해 북한 상류층들이 반발하는 것을 사전에 억제하는 조치를 취했었다.

김위원장은 또 “전당적, 전국가적, 전사회적으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현상을 쓸어 버리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전개하며 근로단체 사업을 강화하고 전사회적으로 도덕 기강을 강하게 세울데 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 ‘정면돌파전’에 대한 반발이 불거지는 것을 미리 차단하려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제재가 갈수록 강화되는 상황에서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 만으로 북한이 처한 대내외적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북한은 조만간 심화되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충격적인 조치’를 취하거나 다시한번 북미 정상회담에 나서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 김계관 고문은 담화에서 “세상이 다 인정하는바와 같이 우리 국무위원장과 트럼프대통령사이의 친분관계가 나쁘지 않은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김위원장은 “사적인 감정을 바탕으로 국사를 논하지는 않을 것”이며 “우리는 (중략)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이 주목된다.

김고문의 발언 내용은 표면적으로는 북한이 제시한 요구사항을 미국이 전면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한 북한을 ‘갈 길을 갈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위원장 사이의 개인적 친분을 “세상이 다 인정하는 바”라고 밝힘으로써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고문의 담화가 대단히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김위원장이 미국을 향해 ‘충격적 대응’이 있을 것을 예고했지만 당분간 실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음주 미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탄핵은 부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그것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 대선에서 재선될 것으로 확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판명나는 것은 빨라야 오는 4월이고 경우에 따라 실제 투표가 이뤄지는 11월까지도 기다려야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많다.

따라서 북한은 빠르면 오는 4월까지 또는 상반기내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견줘보고 ‘충격적 행동’을 실행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트럼프의 재선 여부가 11월이나 돼야 알게 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북한은 지금처럼 ‘차분하게’ 정면돌파전을 강조하면서 버티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은 김위원장이 연말에 밝힌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임으로써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와관련 새로운 전략무기가 미국을 노골적으로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새로운 전략무기”이면서도 미국을 노골적으로 위협하지는 않는 ‘도발’을 선택함으로써 트럼프의 재선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인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배’를 타고 있음을 증명하는 일이 될 것이다. 또 김계관 고문의 담화가 굳이 두 정상이 “세상이 다 아는 바와 같이 친분관계가 나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힌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체재 생존을 위해 치밀한 계산을 하면서 전력투구하는 김정은과 재선을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마다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공생관계’는 한반도 역사에 전에 없는 ‘아이러니’를 자아내고 있다.

우리로서도 이 ‘아이러니’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기민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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