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 ‘찬물 학대’로 숨진 9세 장애아, 온몸에 멍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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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에 베란다 욕조 앉게 해 사망… “시끄러워 벌 줘” 30대 여성 구속
학대신고 전력… 정확한 사인 수사

장애를 가진 의붓아들을 한겨울 베란다 욕조에 방치해 숨지게 한 30대 계모가 구속됐다. 의붓아들은 이전에도 학대를 받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보내졌으나 초등학교에 입학하려고 집에 돌아온 뒤 약 2년 만에 비극이 발생했다.

경기 여주경찰서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계모 A 씨(31)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A 씨는 10일 오후 6시경 경기 여주의 한 아파트 베란다에서 의붓아들 B 군(9)을 찬물이 담긴 어린이용 욕조에 속옷만 입힌 채 앉아있도록 했다가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여주지역 최저기온은 영하 6도였고 B 군의 장애는 언어장애 2급이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다가 B 군이 ‘얌전히 있으라’는 말을 듣지 않고 시끄럽게 돌아다녀 벌을 주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 씨는 “한 시간 정도 욕조에 둔 뒤 방으로 데려가 옷을 입히고 눕혀서 좀 쉬도록 했다”며 “다시 한 시간쯤 지나서 저녁을 먹이려니까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A 씨는 10일 오후 8시 15분경 경찰에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 것 같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구급대원과 함께 현장을 찾았고 미약한 호흡과 맥박이 있었던 B 군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병원에 도착할 당시 B 군은 전신이 멍으로 덮여 있었고, 다리미판 크기의 화상 자국 같은 것이 가슴 쪽에 크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군에 대한 학대 정황은 처음이 아니다. 2016년 2월과 5월 B 군에 대한 학대 신고가 접수됐고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B 군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22개월간 A 씨와 분리 조치했다”며 “다만 B 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인 2018년 2월 친권자인 아버지의 요청과 B 군의 동의로 부모에게 인계됐다”고 설명했다. 친권자가 학대 가해자가 아니었으며 양육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귀가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B 군의 친아버지 C 씨와 5년 정도 동거하다가 지난해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와 C 씨는 모두 재혼으로 A 씨의 딸 3명을 포함해 모두 6명이 아파트에서 함께 거주했다. 사건 발생 당시 집 안에는 A 씨와 아이들만 있었으며 딸 3명에 대한 학대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C 씨도 불러 B 군에 대한 추가 학대를 알고도 묵인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B 군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 주쯤 부검 결과가 나오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주=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의붓아들#찬물 학대#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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