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같은 뉴스’ 한 컷의 사진으로 풍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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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작가 팀 파르치코프 사진展
햇살 가득 베네치아 풍광도 눈길
사진 작업 함께 영화감독 겸업

러시아의 눈밭에서 촬영한 ‘버닝 뉴스’(2011년) 공근혜갤러리 제공.
러시아의 눈밭에서 촬영한 ‘버닝 뉴스’(2011년) 공근혜갤러리 제공.
차가운 눈밭 위 불타는 신문을 든 사람이 서 있다. 러시아 출신 사진작가 팀 파르치코프(37)의 작품 ‘버닝 뉴스(Burning News)’다. 작가는 “너무 많은 정보가 우리의 마음을 얼어붙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소식을 뜻하는 ‘버닝 뉴스’를 문자 그대로 구현해 카메라에 담았다. 서울 종로구 공근혜갤러리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러시아의 유명한 신문인 ‘이스크라’는 불꽃을 뜻합니다. 과거 신문은 불꽃처럼 의식을 일깨우고 계몽하는 역할을 했죠. 그런데 요즘은 뉴스가 너무 많아 불과 하루만 지나도 어제 무슨 소식을 봤는지 기억하기 어려워요. 수백 년 동안 많은 영향력을 끼쳤던 종이 매체가 변화를 겪는 과도기적 상황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러시아 국립대에서 영화를 전공한 파르치코프는 촬영 및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단체가 그리워지면 영화를, 혼자 있고 싶을 땐 사진 작업을 한단다. 대중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하고 단순한 이미지가 특징이다. 또 다른 연작인 ‘비현실적 베니스(Unreal Venice)’는 햇살 가득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풍광이 돋보인다.

색색의 베네치아 풍경을 담은 ‘비현실적 베니스’(2011년). ⓒTim Parchikov
색색의 베네치아 풍경을 담은 ‘비현실적 베니스’(2011년). ⓒTim Parchikov
“멀리서 보면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사람이 살던 흔적이 있어요. 관광 도시인 베네치아를 가보고, 정작 관광객들은 실제 베네치아인의 삶을 만날 일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작품에서 강렬한 색채가 서로 부딪치면서 기하학적 추상화를 만드는 가운데, 빨래해 걸어 놓은 이불보처럼 생활의 흔적이 엿보인다. 2월 2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팀 파르치코프#사진작가#버닝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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