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흩어진 항일운동의 흔적, 사진으로 기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관동갤러리’ 관장 류은규 사진작가, 30년간 조선족의 일상-증언 기록
“정치색과 무관한 다큐멘터리 작업”

중국 동북3성에서 항일 독립운동가와 조선족의 삶을 30년 가까이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류은규 사진작가가 6일 인천 중구 관동갤러리에서 중국 뤼순 지역 고택들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중국 동북3성에서 항일 독립운동가와 조선족의 삶을 30년 가까이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류은규 사진작가가 6일 인천 중구 관동갤러리에서 중국 뤼순 지역 고택들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사진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 회화, 기록물 등 여러 장르의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대개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의 작가와 작품을 교류하는 형태로 기획하고 있어요.”

6일 인천 중구 개항장문화지구 내 ‘관동갤러리’에서는 일본 관동군사령부, 러시아 관공서 등 중국 뤼순(旅順) 지역의 옛 건물의 모습을 담은 2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 ‘려순 고택’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중국 다롄의대 교수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간인 출입통제지역이었던 군사보호지역에 몰려 있던 100년 이상 된 러시아풍 건물들을 찍은 사진들이다. 뤼순은 안중근 의사가 투옥됐던 감옥이 있는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관동갤러리는 뤼순 지역의 옛 건물과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일제강점기의 적산가옥이다. 한국인 사진작가인 류은규 씨(58)와 일본인 문학 작가인 도다 이쿠코(戶田郁子·60) 부부가 한 지붕 아래 여섯 채가 붙어 있는 일본식 목조 2층 주택인 나가야(長屋) 중 2채를 개보수해 전시장 겸 작업실, 생활공간으로 꾸민 곳이다.

이 부부는 근대 건축물이 즐비한 개항장문화지구에 있는 이 건물을 매입해 2013년 5월 이사해온 뒤 역사와 함께하는 문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집 개보수 공사에서부터 역사를 더듬어 가는 작업을 시작했다.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인 일본인 도미이 마사노리 씨가 관동갤러리 재생공사 설계 및 총감독을 맡고 한양대 건축학부 학생들, 한국과 일본의 목수들이 1년간 진행된 ‘일본식 주택 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개보수 공사 과정에서 천장 목재에 쌓여 있던 ‘경성일보 다이쇼(大正) 13년(1924년) 1월 19일’자 일본어 신문이 발견됐다. 건물 신축 시기가 1920년대 중반임을 증명하는 자료였다. 도미이 교수는 일본 교토대에 보관된 인천 지도(1935년 항공 촬영)에서 관동갤러리 건물을 확인하기도 했다. 관동갤러리 건물은 약간 기울어진 상태였는데 기둥 및 주춧돌과 기울어진 지붕 목재를 트러스 기법 등으로 보강하고 내부 단장 공사를 마쳤다. 1층은 전시 및 세미나실, 2층은 갤러리, 다락 역사자료실로 새롭게 탄생했는데, 자료실에는 근대사 관련 서적을 중심으로 사진집, 한중일 소설을 갖췄다.

류 씨는 1995년부터 중국 연변대 민족연구소 객원연구원에 이어 하얼빈대 사진학과 교수로 지내면서 항일 독립운동가와 조선족의 삶을 기록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런 작업은 인천문화재단이 마련한 3·1절 100주년 기념전시회를 통해 선보였다. 지난해 열린 ‘잊혀진 흔적’이란 이름의 이색 전시회였다. 항일 투사 유가족들 사진인 ‘역사의 증언자들’, 1860년대부터 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등 중국 동북 3성에 정착해 살고 있는 조선족을 촬영한 ‘그리운 만남’, 일제 치하 북간도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했던 룽징∼금강산∼경성∼하얼빈 지역에서 수집한 옛 엽서와 사진을 볼 수 있는 ‘80년 전 수학여행’이란 코너를 마련했다.

그는 중국을 수시로 오가며 독립운동 유적지, 조선족의 일상을 꾸준히 사진에 담고, 증언을 기록하고 있다. 그간 중국에서 조선족을 대상으로 찍은 사진만 5만 장이 넘는다. 이런 종류의 다큐멘터리 기록 작업을 지리산 청학동에서도 40년 넘게 지속하면서 사진집으로 발간하고 있다. 류 씨는 “매달 열흘 이상 중국에 가서 강의하면서 동북 3성 각지를 돌아다니며 변화되는 모습을 꾸준히 촬영하고 있다. 시간의 변화를 기억하는 기록이기 때문에 정치적 색깔과 무관하게 중립적인 입장에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