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추락하는 트럭 목격하고 뛰어들어 2명 구한 의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5일 2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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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10시 45분경 전남 여수시 소호항 항내도로. A 씨(59·여)가 몰던 1t 화물트럭이 반대 방향에서 오던 차량을 피하려다 3m 아래 바다로 추락했다. A 씨 차량의 조수석에는 함께 굴을 운반하던 B 씨(63·여)도 타고 있었다. 수심 2.5~3m 바다에 빠진 화물차는 곧 가라앉기 시작했다. 바다에 바로 붙은 도로에는 난간이 따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마침 차를 타고 지나던 김진운 씨(48)가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김 씨는 주저하지 않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바다에 잠긴 화물차 가까이 접근하니 차량 내부에선 바닷물이 차오르며 공포에 질린 A 씨와 B 씨가 보였다. 하지만 수압 때문에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김 씨는 차량 유리창을 깰 도구를 찾았다. 다행히 옆에 정박돼 있던 바지선에서 철제의자가 보였다. 김 씨는 철제의자를 가져와 의자 다리로 차량 앞 유리창을 20~30차례 반복해서 찍었다. 작은 구멍이 생기자 양손으로 유리창을 양쪽으로 잡아 뜯었다.

이런 작업을 이어가자 유리창에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의 구멍이 생겼다. 먼저 A 씨를 구조했고 바지선으로 데려갔다. 다시 물에 잠긴 화물차로 돌아온 김 씨는 유리창 구멍을 통해 B 씨도 구조했다. 두 사람을 구조하는 데 15분 정도가 걸렸다.

김 씨는 기진맥진했으나 A 씨와 B 씨에게 말을 걸며 안정을 시켰다. 휴대전화로 119에 연락해 “차량이 바다에 빠졌다”고 신고했다. 119구조대는 이내 도착했다. 구조대는 저체온증세를 보였던 A 씨와 B 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김 씨는 구조 과정에서 왼쪽 엄지손가락 등 손에 상처가 많이 생겼다. 응급실 의료진은 김 씨에게 정형외과에서 더 치료를 받으라고 했지만 김 씨는 생계를 위해 서둘러 병원을 나왔다. 그는 이날 오후 거문도로 낚시꾼 20명을 태우고 출항해야 했다.

김 씨는 “바다에 뛰어들 당시 수온은 낮았지만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았다”며 “생명을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5일 감사 인사를 하려고 자신의 가게를 방문한 A 씨와 B 씨에게 “살아계셔서 다행이다. 수영 가족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화답했다. 해안 지역에서 성장한 김 씨는 어릴 때부터 수영에는 자신이 있었다. 아내는 초등학교 수영 코치를 맡고 있으며 아들은 해군 해난구조대(SSU)에서 복무하고 있다. 다만 김 씨는 6년 전 척추가 점차 굳어지는 강직성 척추염을 진단받아 몸이 편한 상태는 아니다. 전남 여수해양경찰서는 김 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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