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美·이란에 자제 촉구…유럽-中·러, 미묘한 입장차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4일 02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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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협정 참가한 국가들, 일제히 긴장 완화 촉구
유럽국들, 이란 도발 지적...中·러, 美에 우선 책임 돌려
유엔 사무총장 "자제력 발휘해야...또 다른 걸프 전쟁 안돼"
EU 상임의장 "이라크 내 폭력·도발 중단돼야"

국제사회는 3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에 추가적인 군사적 긴장 고조를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미군의 이라크 공습으로 이란군 지도자가 사망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2015년 이란 핵협정(포괄적공동행동계획. JCPOA) 체결국들 모두 긴장 완화를 당부했지만 유럽국들과 중국·러시아는 누구에게 이번 사태의 주된 책임이 있는가를 놓고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유엔의 파란 하크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걸프 지역의 긴장 완화를 지속적으로 지지해 왔다”면서 “그는 최근 긴장 고조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CNN이 전했다. 하크 대변인은 “지금은 지도자들이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해야 할 순간이다. 세계는 걸프 지역에서의 또 다른 전쟁을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성명을 통해 “이라크에서의 폭력적이고 독발적인 행동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셸 의장은 “지난 몇 주 동안 이라크에서 벌어진 폭력과 도발, 보복의 악순환은 중단돼야 한다”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더 이상 확대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 전체에 폭력이 심화하고 종교적·민족주의적 긴장감이 높아질 때 번성하는 테러 세력도 부상할 위험이 있다”며 이라크가 매우 취약한 국가(very fragile country)로 남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2015년 미국, 이란과 이란 핵협정(포괄적공동행동계획. JCPOA) 체결에 함께한 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와 독일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우리는 거셈 솔레이마니가 이끄는 이란 쿠드스군의 공격적 위협을 항상 인식해 왔다”면서 “그가 사망함에 따라 모든 당사국들이 긴장을 완화하길 촉구한다. 추가적인 갈등은 우리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아멜리 드 몽샬랑 외무차관은 RTL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점점 더 위험한 세계에서 눈을 뜨고 있다. 군사적 긴장 고조는 언제나 위험하다”며 “이런 조치, 작전이 이뤄지면 긴장이 고조된다”고 말했다.

몽샬란 차관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역내 모든 행위자들을 접촉해 막후에서 신속히 화해를 도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의 울리케 데머 대변인은 “미국의 공습은 이란에 책임이 있는 모든 일련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대응”이라면서도 “우리는 위험한 긴장 고조점에 닿았다. 지금은 긴장 완화를 위해 신중함과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전했다.

중국 외교부의 겅솽 대변인은 “중국은 모든 당사국들이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 국제 관계의 기본적 규범을 진정으로 준수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모든 관련국들, 특히 미국이 진정하고 자제를 유지하며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자제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은 미국의 근시안적 행동이다. 중동 지역의 군사정치 정세를 둘러싼 긴장을 급격히 고조시킬 것”이라면서 “국제 안보 체제 전체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의 마리아 자카로바 대변인은 로시야24 TV를 통해 “이번 사태는 역내 긴장 고조 말고는 아무 결과도 이끌어 내지 못한다. 이 일로 인해 수백만 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 급습 사건을 이유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 없이 일방적 행동을 했다면서 “미국은 국제적 대응에는 관심이 없고 역내 힘의 균형 바꾸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3일 미군의 이라크 바그다드국제공항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 정예군 쿠드스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이주 초 친이란 시위대의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 습격에 이은 이란의 추가 공격 가능성을 저지하기 위해 공습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이에 ‘혹독한 보복’을 경고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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