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탈출’ 도박 선택한 이유?…드러난 日사법제도 민낯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2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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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로 쫓겨나 '유죄추정' 일본 사법제도 아래 장기구속
'성공자'로 비교적 호의적인 레바논으로 도망쳤을 가능성
레바논-일본, 범죄인 인도 조약 체결 안해…향후 일본 인도 어려울 듯
"곤 전 회장 일본 재판, 극히 여려울 듯" 지지통신

2018년 11월 일본 검찰에 금융상품 거래 위반 혐의 등으로 붙잡혔다가 구금과 석방을 반복하던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레바논으로 도주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그가 레바논으로의 도망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성명을 내고 “나는 지금 레바논에 있다. 나는 유죄를 전제로 취급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별이 만연하고 기본적인 인권이 무시되는 부정(不正)한 일본 사법제도의 인질이 아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불공정과 정치적 박해로부터 도망쳤다. 겨우 미디어와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죄다” 주장했던 카를로스 곤…닛산에 배신감 느꼈나

그는 2018년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 기재 혐의와 회사 자금 유용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그러나 곤 전 회장은 ”근거가 없다“며 계속 무죄를 주장해왔다.

당초 닛산은 내부 고발에 의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다 곤 회장의 부정을 파악하고 검찰에 알렸다. 사실상 곤 전 회장을 내쫓기 위한 ‘쿠데타’라는 분석도 나왔다.

곤 전 회장이 체포되자 닛산 내부에서는 권력의 정점에 섰던 곤 전 회장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그에게 강력한 권한이 집중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곤 전 회장의 불명예 퇴진 이후 그의 공석을 채웠던 사이카와 히로토 전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CNN과 인터뷰에서 “그가 카리스마 있는 리더인지 폭군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비꼬기도 했다. 그는 쿠데타를 이끈 인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에서는 곤 전 회장과 그의 반대 세력 간 불화가 문제였다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 곤 전 회장은 닛산과 르노의 합병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이카와 전 닛산 CEO 등은 이에 반대 입장이었다.

▲‘유죄 추정’ 일본 사법제도…곤 장기 구금

곤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6일 체포된지 108일만에 풀려났다가 같은 해 4월 4일 4번째 체포에 직면했다. 이후 4월 25일 도쿄 거주, 해외 출국 금지 등 조건을 단 보석으로 풀려나게 됐다.

그의 체포와 관련 일본 내외에서는 비판이 잇따랐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언론은 ”(일본 수사당국은)말을 듣지 않는 사람을 분쇄한다“, ”틀린 자백을 이끄는 압력 장치“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루퍼트 앤서니 윙필드 아예스 BBC 일본 특파원은 지난해 2월 ”카를로스 곤 전 회장과 일본의 사법제도“라는 기사를 통해 일본 사법제도를 비판했다.

기사에 따르면 도쿄지검특수부장을 역임했던 오쓰루 모토나리(大鶴基成) 변호사는 곤 전 회장이 일본 ‘인질사법’의 피해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곤 전 회장의 변호인을 맡았다가 사임했다.

BBC는 23년간 일본 검찰에서 일했던 고하라 노부오(?原信?) 변호사 등을 인용해 일본 검찰이 자백에 대한 압력이 크다고 지적했다.

죄를 인정한 용의자의 경우 빨리 구속에서 풀어주나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은 자백할 때 까지 보석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그는 주장했다. 일본 형사재판의 유죄 판결 가운데 89%가 자백을 받은 경우라고 그는 설명했다. 따라서 무고한 사람이 투옥되는 등의 사례도 많다.

무죄만을 계속해 주장하던 곤 전 회장은 108일 장기 구속됐으며, 마이니치 신문 등 일부 일본 언론도 이에 대해 비판을 제기했다.

일본 사법제도의 ‘유죄 추정’이 뿌리 깊다는 비판도 대두됐다. 지난 1월 프랑스 경제지 라 트리뷴은 ”일본의 민주주의는 무죄 추정의 법칙도, 용의자의 비판 권리도 허용하지 않는다“며 일본 사법제도가 광범위한 비인간적인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성명에서 곤 전 회장은 ”나는 유죄를 전제로 취급받았다“, ”차별이 만연하고 기본적인 인권이 무시되는 부정(不正)한 일본 사법제도의 인질이 아니게 됐다“, “나는 불공정과 정치적 박해로부터 도망쳤다”등 일본에 대한 비판을 퍼부었다.

따라서 위와같은 상황을 미뤄봤을 때 그는 차라리 자신에게 비교적 호의적인 레바논에서 재판을 받거나 일본의 사법제도 아래서 벗어나고자 도망쳤을 것으로 보인다.

곤 전 회장은 레바논 일각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인물로 존경 받고 있다. 브라질 태생인 그는 레바논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6세부터 10여년간 레바논에서 생활했다. 아직도 레바논에 친구, 가족 등이 거주하고 있으며 현 부인과 전 부인 모두 레바논 출신이다.

레바논, 프랑스, 브라질 시민권을 가진 그는 닛산자동차 회장이 되고 나서도 종종 레바논을 방문해 봉사활동과 기부를 하는 등 강한 유대 관계를 유지해왔다.

▲도망친 카를로스 곤, 어떻게 되나…일본 공판 참석 가능할까

일본의 ‘정치적 박해’로부터 도망쳤다고 주장하는 곤 전 회장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 재판을 받을 수 있을까.

일본 언론들은 극히 어렵다고 내다봤다. 2일 지지통신은 일본 검찰이 곤 전 회장의 레바논 출국 경위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으나, 불법이 확인되더라도 그의 신병 확보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일본 검찰은 불법 출국이 확인되면 출입국 관리법 위반 등 협의로 체포 영장을 받아 곤 전 회장의 신병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은 레바논과 범죄인 신병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미국, 한국 등 오직 두 개 국가와 범죄인 신병 인도 조약을 체결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 간 외교 루트를 통해 요청을 하는 방법 등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실현을 위해서는 레바논 정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일본 검찰 간부는 ”자국민을 지키는 것은 일본도 레바논도 똑같다. 일본이 레바논으로부터 일본인 신병 인도 요청을 받는다 해도 간단히 인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실제로 레바논 정부는 곤 전 회장의 입국은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이브라힘 나자르 전 레바논 법무장관은 AFP통신에 레바논 법률은 자국민 외국 인도를 금지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의 요청이 있다고 하더라도 곤 전 회장의 인도를 무리라고 밝혔다.

곤 전 회장의 차기 일본 재판 절차는 오는16일 예정돼 있다.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재판소도 사태를 파악하고 싶어한다“며 ”절차 전 재판소, 검찰, 번호인단이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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