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ㄹ字 비행… 실종자 5분만에 찾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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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용 드론’ 경찰 교육현장 가보니

19일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드론 실습교육 현장을 찾은 본보 기자(화살표 바로 밑)가 실종자 역을 맡아 
수풀 사이에 웅크려 앉아 숨어 있는 모습을 드론은 5분 만에 찾아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교육에 참가한 경찰관들이 드론을 
직접 조종하는 모습. 아산=송은석 기자 silverstone·경찰청 제공
19일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드론 실습교육 현장을 찾은 본보 기자(화살표 바로 밑)가 실종자 역을 맡아 수풀 사이에 웅크려 앉아 숨어 있는 모습을 드론은 5분 만에 찾아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교육에 참가한 경찰관들이 드론을 직접 조종하는 모습. 아산=송은석 기자 silverstone·경찰청 제공
19일 충남 아산시에 있는 경찰인재개발원. 경찰공무원에 대한 교육 훈련을 담당하는 이곳에서는 이날 경찰관 21명을 대상으로 실종자 수색용 드론을 조작하는 실습교육이 진행됐다. 교육 현장을 찾은 기자는 실종자 역을 맡았다. 그리고 3만 m²(약 9090평) 넓이의 수풀 속에 자리를 잡았다. 기자는 성인 남성 어깨 높이 정도의 수풀 사이에 웅크려 앉아 고개를 숙인 채로 있었다.

경찰이 띄운 드론이 기자를 찾아내기까지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드론은 날아오른 지 1분 30초 만에 ‘윙’ 소리를 내며 기자가 숨어 있던 곳 바로 위 상공을 맴돌았다. 드론은 ‘ㄹ’자 모양으로 수풀 곳곳을 훑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론을 조종하던 경찰은 드론이 촬영한 사진을 본 뒤 기자가 있던 위치를 정확히 집어냈다.

실제 수색이나 화재 등 사고 현장에서도 드론의 위력이 확인되고 있다. 충남 금산소방서는 이달 22일 금산군 내에서 산불이 나자 드론을 띄워 정확한 발화 지점을 찾아내 1시간 만에 진화했다. 하루 앞선 21일엔 67세 노인이 야산에서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은 대구소방본부가 드론으로 수색에 나서 실종 노인을 이틀 만에 구조했다. 5월엔 충북지방경찰청의 드론 전담팀인 ‘폴드론팀’이 수색에 나선 지 11시간 만에 실종자를 찾아냈다. 폴드론팀이 투입되기 전 경찰은 6일 동안 폐쇄회로(CC)TV 분석을 포함한 탐문 활동을 벌였지만 실종된 치매 환자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당시 폴드론팀은 드론으로 실종자의 거주지 반경 5km 일대를 4시간 동안 샅샅이 훑었다. 그리고 드론이 촬영한 500장이 넘는 사진과 50분 분량의 영상을 분석한 끝에 사람이 엎드려 있는 듯한 이미지를 확인했다. 실종된 치매 노인이었다. 폴드론팀은 수풀 속에서 실종자의 시신을 발견했다. 지난해 6월 구성된 폴드론팀은 전국의 지방경찰청에서 처음 만들어진 드론 전담팀이다.

이처럼 수색 현장 등에서 드론의 위력을 확인한 경찰청은 내년 2월까지 전국 17개 지방경찰청에 드론 2대씩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각 지방청에서 근무할 드론 전문가(일반직 공무원)를 채용하기로 했다. 드론 조종이나 드론이 촬영한 영상 분석, 드론 장비 보수 및 정비 등을 담당할 전문가 34명을 뽑기로 했는데 원서접수를 마감한 지난달 29일까지 297명이 지원해 8.7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경찰은 앞으로 실종자나 자살 위험자 수색, 재난 및 테러 위협 점검 등에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수색용 드론에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가 장착돼 그동안 경찰관 4명이 판독하는 데 하루 종일 걸렸던 수백 장 분량의 사진도 30분 정도면 판독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환 경찰청 첨단장비계장은 “드론과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치안’이 자리를 잡아 인명 구조를 보다 더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드론을 이용한 수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영국 경찰은 지난해 6월 드론 수색을 통해 갈대 습지에 빠진 75세 남성을 하루 만에 구조했다. 갈대 습지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올 9월 중국 공안은 17년 전 탈옥한 성폭행범을 드론으로 찾아내 검거하기도 했다. 탈옥수는 인적이 드문 산속 가파른 바위틈 사이에 천막을 치고 숨어 지냈는데 공안이 띄운 드론이 찾아냈다.

아산=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드론#수색#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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