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병원, 심장판막 환자 4차 ‘무수혈’ 수술 성공… 세계 의료계서도 관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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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무수혈 심장수술 첫 성공
아시아 다른 나라에 기술 전수도
수술 전 환자 빈혈 교정하고 최소 절개-지혈 등으로 출혈 줄여

세종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혈구 회수기를 사용해 무수혈 수술을 하고 있다. 세종병원 제공
세종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혈구 회수기를 사용해 무수혈 수술을 하고 있다. 세종병원 제공

심장전문병원 세종병원이 최근 무수혈(無輸血)로 심장판막 환자의 네 번째 수술에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세종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무수혈센터는 세 차례 무수혈로 심장판막 수술을 받은 이희숙(가명·여·55) 환자의 네 번째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무수혈 방법으로 한 환자의 심장수술을 네 번이나 성공한 것은 세계 의료계에서도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대부분의 수술은 출혈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가슴을 열어서 하는 심장수술은 심장을 멈춘 상태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심장 기능을 대신하는 심폐기를 이용한다. 이때 심폐기에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다량의 항응고제(抗凝固劑)가 사용되는데 이것이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재수술은 조직 유착이 심해 출혈이 더 잘 생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심장수술같이 중한 수술을 무수혈로 진행하는 것은 고난도 기술을 요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씨는 35년 전 신앙상의 이유로 한 대학병원에서 수혈을 받지 않고 인공판막심장수술(대동맥판막교체술)을 받았다. 이 씨처럼 인공판막수술을 받은 환자는 인공판막의 내구성 문제나 판막 주위 누출, 인공판막 감염 등으로 판막 교체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후 이 씨는 세종병원에서 무수혈로 2차, 3차 수술을 받았다. 심장판막 주위 누출이 발생하자 이 병원 흉부외과 유재석 과장이 무수혈 재수술을 시행해 이 씨는 무사히 퇴원했다.

세종병원은 1986년 종교적인 이유나 감염의 위험 그리고 수혈로 인한 합병증을 우려하는 환자를 위해 마취통증의학과 이종현 과장을 필두로 무수혈센터를 열었다.

무수혈 수술 전후와 도중에 공혈자 혈액을 사용하지 않고 출혈을 최소화하며 환자 체내의 혈액 생산을 극대화하는 첨단 의료기술을 활용해 그동안 무수혈 수술 약 1000건을 시행했다.

세종병원 측은 최근 혈액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려 수술에 필요한 혈액이 부족한 것이 의료계 전반의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무수혈 수술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종병원 이명묵 원장은 “세종병원은 1986년 한국 최초로 무수혈 심장수술을 성공한 이래로 수혈 없이 수많은 내·외과적 치료를 시행했고 아시아 다른 나라 의료진에게 이 기술을 전수해 무수혈 수술 전파에 기여했다”며 “수술 전 환자의 빈혈을 교정하고 최소 절개와 수술 도중 지혈로 출혈을 최소화함으로써 무수혈 수술 성공률을 높였고 환자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세종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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