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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한 희곡?… 읽다보면 내가 연극의 주인공 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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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한 희곡?… 읽다보면 내가 연극의 주인공 된듯

이설 기자 , 김기윤 기자입력 2019-11-27 03:00수정 2019-11-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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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재미’ 희곡의 재발견
올해 9월 서울 강동구 동남로 강동아트센터에서 직장인 연극 모임 ‘극단충동’ 단원들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공연하고 있다. 극단충동 제공
#직장인 김정인 씨는 연극 무대의 여운을 간직하려 대본집을 찾아 읽다가 희곡의 매력에 눈떴다. 그는 “평소 독서를 즐기지 않는데 희곡은 입말로 쓰여 있어 친근했다. 주인공이 된 듯 근사한 기분은 덤”이라고 했다.

#40대 출판계 종사자 서모 씨는 ‘낭독공연’을 즐겨 본다. 대사를 외지 않고 대본을 보면서 연기하는 장르다. 그는 “‘연기자들의 연습 장면을 훔쳐보는 듯한 짜릿함을 준다”고 했다.

생소하고 따분한 장르로 알려진 희곡에도 볕이 드는 걸까.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희곡집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6%가 늘었다. 지난해와 지지난해 모두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수치다.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페터 한트케의 희곡집 ‘관객모독’이 1만 부 가까이 팔렸지만 소설로 분류돼 희곡집 판매량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알마의 ‘GD’ 시리즈인 ‘산책하는 침략자’, 지만지드라마에서 펴낸 ‘맨 끝줄 소년’, 이음의 이음희곡선 가운데 올해 좋은 반응을 얻은 ‘처의 감각’(왼쪽 사진부터). 각 출판사 제공
출판계는 직장인 연극 모임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짚었다. 최근 2년 사이 직장인 연극 모임 수는 껑충 뛰었다. ‘극단충동’, ‘프로하비’, ‘좋은희곡읽기모임’, ‘좋은사람들’ 등이 대표적이다. ‘극단충동’ 장은정 연출은 주 52시간 근무제와 참여형 예술에 대한 욕구를 원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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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연극에 입문한 이들은 자연스레 희곡으로 눈을 돌린다. 2년째 연극 모임에 참여해온 30대 후반 신정훈 씨는 “희곡은 새로운 차원의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희곡을 읽고 연극을 보거나 원작인 희곡과 소설 드라마를 비교하길 즐긴다”고 했다.

주연급 스타들이 연극무대에서 활약하는 것도 희곡 친화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송일국 이순재 등 기존 스타에 더해 드라마와 영화에서 인기를 얻은 강하늘 정일우 등이 계속 무대에 서고 있어 연극과 희곡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 관계자는 “희곡은 특히 저작권 개념이 희박했다. 학교·학원 입시를 준비하면서 대본을 파일로 주고받는 게 보통”이라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연극이 기타 분야(선택 교과목 편입과 연극치료 확대)와 결합하면서 꾸준히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희곡집 시리즈도 다변화하고 있다. 2014년 시작해 올해 중순 독립한 희곡 전문 브랜드 ‘지만지드라마’(지식을만드는지식), 2016년부터 남산예술센터와 손잡고 창작 희곡집을 펴내는 ‘이음희곡선’(이음), 무대 같은 희곡집을 추구하는 ‘GD(Graphic Dionysus)’(알마)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현장과 연계해 희곡 장르를 부흥하려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한 공연사 관계자는 “인기 국내 창작극을 중심으로 대본집을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출판사와 연계해 책을 현장에서 판매하기도 한다”고 했다.

연극에 조예가 깊은 안지미 알마 대표는 “‘산책하는 침략자’는 ‘초연-희곡집 발간-재공연 시 현장 판매’의 과정을 밟았다. 관련 낭독공연도 성황을 이뤘다”며 “생경한 경험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희곡의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설 snow@donga.com·김기윤 기자
#연극#희곡#읽는 재미#직장인 연극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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