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화려함 없어도… 베테랑의 저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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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장, 대타 출전해 알토란 활약

황연주(왼쪽),유광우
황연주(왼쪽),유광우
“코트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을 벤치에서 알았다.”

최근 코트에서 뛰기보다 후배들을 응원하는 모습이 더 많았던 유광우(34·대한항공)와 황연주(33·현대건설)가 동료의 부상으로 얻은 기회를 통해 베테랑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유광우는 우리카드 소속이던 지난 시즌 92세트에 출전했다. 전성기 때의 3분의 2 정도였다. 주전 세터는 후배 노재욱(27·126세트)이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한항공으로 이적한 유광우는 10일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손가락을 다친 한선수(34)를 대신해 최근 2경기 연속 천금같은 선발 기회를 얻었다.

유광우는 14일 한국전력과의 방문경기 때는 다소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도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많았다. 하지만 20일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는 달랐다. 전후방을 가리지 않는 비예나의 강한 스파이크와 김규민의 속공이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공을 배급했다. 마지막 5세트 때는 9-3으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의 공격을 2번 연속 단독 블로킹으로 막아낸 뒤 두 팔을 번쩍 들며 환호하기도 했다. 유광우의 활약에 팀은 두 경기를 모두 3-2로 이겼다.

‘꽃사슴’ 황연주 역시 외국인 선수 마야(31)가 무릎 통증을 호소하면서 13일 흥국생명과의 안방경기 때부터 출전 기회가 늘었다. 이 경기에서 시즌 첫 득점(총 9득점)을 기록했고, 19일 IBK기업은행과의 방문경기 때는 8점을 올렸다. 두 경기 모두 현대건설이 3-2로 이겼다.

2013∼2014시즌부터 5시즌 연속 전 경기 출전해 100세트 이상 소화하고 경기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하던 전성기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고비에서 제 역할을 해주는 ‘베테랑의 품격’은 여전했다. 19일 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1세트 마지막 두 점을 혼자서 책임지며 첫 세트를 따냈던 황연주는 듀스가 이어졌던 2세트에서도 29번째 마지막 점수를 블로킹으로 올리며 세트를 마쳤다.

코트 위에서는 보기 쉽지 않았지만 두 베테랑은 언제든 출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왔다. 수비 참여도가 낮은 라이트 포지션인 황연주는 젊고 실력 있는 후배들이 주전을 꿰차자 이전보다 몇 배는 더 수비 연습에 치중하며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의 변신을 시도해 왔다. 유광우도 단점을 지적받으면 부단한 노력으로 이를 수정하는 뛰어난 적응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14일 경기에서 잘 안 됐던 부분을 닷새 만에 완벽하게 개선했다. 괜히 최고의 세터라는 칭찬을 듣는 게 아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광우는 “프로라면 계속 부족한 점을 찾아야 한다. 만족감을 느낀다면 그때가 은퇴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한편 21일 삼성화재는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라이벌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3-1(27-29, 25-15, 25-19, 25-21)로 역전승했다. 여자부 경기에서는 흥국생명이 3-1(25-20, 25-17, 25-27, 25-14)로 KGC인삼공사를 꺾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현대건설 황연주#대한항공 유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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