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1자 긴 지문 이제 그만… 서술형 수능문제 도입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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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국어교사모임 발간 계간지… 수능 독서영역의 방향과 대안 제시

14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다. 1년 전 실시된 2019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어 31번’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다. 국어시험에 동서양 천문학 분야의 개혁 과정을 다룬 지문 한 페이지가 나온 뒤, 만유인력 그래픽 해석 문제가 출제됐다. 정답률은 18.3%에 그쳤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이 발간하는 계간지 ‘함께하는 국어교육’은 2019년 가을호에서 해당 문제에 대한 의견을 냈다. 국어 교사들은 “수능 국어 제시문의 문제점은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며 “수능에 서술형, 논술형 평가를 도입하자”고 밝혔다.

전국국어교사모임 교육과정위원회는 ‘수능 독서 영역,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2017∼2019학년도 수능 국어 독서 제시문과 문항을 분석했다. 이들에 따르면 수능 국어 독서 제시문은 최근 점점 길어지고, 독해 부담이 커지고 있다.

논란이 된 2019학년도 국어 31번은 제시문 하나가 2571자로 200자 원고지 13장에 이른다. 기존 4개였던 수능 국어 독서 제시문이 2017학년도부터 3개로 줄어들면서 2019학년도에는 지문 평균 길이가 2077자에 이르렀다.

지문에 맥락이 없고 글 하나에 지나치게 많은 개념이 등장하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2017학년도 인문 제시문은 지식을 축적하는 방식에 대한 철학자 칼 포퍼와 윌리엄 콰인의 다른 견해를 담았다. 하지만 국어 교사들은 이 글에 대해 “학생들이 평소 생각하지 않는 문제를, 잘 쓰지 않는 어휘로, 맥락 없이 설명만 했다”며 “효율성을 위해 제시문 읽기 대신 문항부터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만 처리하는 ‘문제 풀이’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2019학년도 사회 제시문은 7개 문단에 매매계약 관련 지문을 담았다. 하지만 7개 문단 전체가 각자 다른 개념을 담았다. 1문단에는 ‘계약, 매매 계약, 법률효과, 매도인, 매수인’, 2문단에는 ‘법률 행위, 채권, 채무, 변제’, 4문단엔 ‘실체법, 절차법, 소(訴), 민사 소송법, 민사 집행법’ 등이다. 결국 개념 이해를 포기하고 ‘문제 풀이 기술’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결국 수능 국어 제시문이 일반적인 글이 아닌 만들어진 ‘시험용 글’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국어 교사들은 “수능 제시문은 논설문도, 교과서 글도, 신문 글도 아닌 단지 등급 변별을 위한 글”이라며 “이제는 오지선다형 평가가 아니라 서술형, 논술형 평가를 수능에 도입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전국국어교사모임#수능 국어#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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