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전자 메뉴판이 ‘추천 메뉴’ 제안…요식업계 파고든 AI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4일 22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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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요식업계가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매장에 무인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사고하는 데 이어 성향을 분석해 메뉴를 제안하는 AI 기술을 차용하는 단계로 한층 도약한 모습이다.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인 오후 2시. 맥도날드 매장 전자 메뉴판에서 콜라를 비롯한 소다 음료들의 이미지가 확대됐다. 아침부터 전면에 내세워져 있던 커피는 화면 한 귀퉁이로 물러났다. 땀을 흘리며 매장 안에 들어선 고객들은 무인 자판기를 이용해 별다른 고민 없이 버거와 시원한 소다를 주문했다. 주문 마지막 단계에 이르자 자판기는 해당 고객이 과거 곁들였던 메뉴들을 분석해 ‘추천 메뉴’를 제안했다.

맥도날드가 매장에 도입할 AI 기술이 상용화되면 그려질 풍경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에 전한 내용이다. NYT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매출이 떨어지는 맥도날드는 3월 AI 벤처기업 ‘다이내믹 일드(Dynamic Yield)’를 3억 달러(약 3480억 원)에 인수해 매장에 적용할 AI 기술을 연구했다. 맥도날드는 그동안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만 제한적으로 시범 운영했던 이 기술을 일반 매장에 확대할 계획이다.

판매 뿐 아니라 개발 단계에서도 AI 기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코카콜라 제품 ‘체리스프라이트’는 개발자가 아니라 AI가 탄생시켰다. 코카콜라는 신제품 개발에 앞서 미 전역에 여러 종류의 음료가 나오는 소다 음수대 수천 대를 설치했고 여기에 저장된 기록이 새 레시피의 토대가 됐다.

각종 유명 시리얼을 제조하는 식품기업 켈로그도 비슷하다. 켈로그는 고객에게 50가지 이상의 재료로 원하는 시리얼을 만들게 한 후 수천 개의 조합을 IBM의 레시피 제조 AI ‘셰프 왓슨’에 입력해 새 레시피 제안을 받았다. 조미료를 판매하는 식품기업 맥코믹도 AI 기업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머신’과 제휴를 맺어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인간(개발자)의 역할은 마지막 단계에서 AI의 제안을 맛보고 평가, 수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AI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냉동·포장 식품 판매 기업 코나그라는 고객의 소비 패턴과 트렌드를 파악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제안한다. 대중들 사이에서 특정 캐릭터나 신화적 존재에 열광하는 문화가 향유되고 있다면 AI가 이를 파악한 뒤 자사 마케팅에 적용하는 식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AI 기술을 동원하는 식료품 기업은 올해부터 2024년까지 65.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채은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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