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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도 헌혈한다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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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도 헌혈한다멍~

김명희 여성동아 기자 입력 2019-11-03 10:20수정 2019-11-0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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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반려견 헌혈카 캠페인 I'M DOgNOR
현대자동차가 반려견 헌혈 문화 조성에 앞장선다. 쏠라티 차량을 개조한 헌혈카는 자발적으로 헌혈에 나선 반려견과 견주를 맞이하기 위해 연말까지 전국을 누빈다.
현대차는 반려견 헌혈 문화 조성을 위해 찾아가는 반려견 헌혈카 캠페인 ‘아임도그너(I‘M DOgNOR)’를 진행한다.
“어이구 착해. 고생했어~”

10월 23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덕평자연휴게소. 반려동물 놀이터와 애견카페, 애견용품 숍까지 갖춘 반려동물 테마파크 ‘달려라코코’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아침부터 유달리 우렁찬 목청소리가 울려 퍼졌다. 차체의 뒷문이 열리자 솜사탕 같이 뽀송한 털을 흩날리며 등장한 이날의 주인공은 ‘춘향’.

“혈관이 좁아 예상보다는 채혈 양이 적었어요. 그래도 모든 개에게 피를 줄 수 있는 유니버셜도너 혈액형이라 많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겠어요.”


수의사의 말에 춘향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기특하다는 듯 녀석을 다독인다. 올해로 네 살이 된 올드잉글리시쉽독 춘향은 필요한 곳에 자신의 피를 나눠주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채혈이 끝난 후에는 자발적으로 헌혈에 나선 ‘헌혈견’에게 발급되는 헌혈증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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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클 캠핑카’, 반려견 위한 헌혈카로 단장
‘아임도그너’ 캠페인에 동참한 건국대부속동물병원 수의사들.
국내에서 반려견의 수혈이 필요한 경우 혈액은 90% 이상 오직 수혈만을 목적으로 집단 사육되는 공혈견으로부터 공급되고 있다. 영국·폴란드 등 동물복지 선진국에선 반려동물 헌혈센터가 상시적으로 운영되는 등 반려견 헌혈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데 반해 인식이 부족한 국내에서는 공혈견에만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아임 도그너(I'M DOgNOR): 찾아가는 반려견 헌혈카’ 캠페인을 마련했다. ‘도그너’는 반려견(dog)과 기증‧기부자(donor)를 합친 말이다. 캠페인은 반려견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인구가 1천만 명이 넘은 가운데 반려견 헌혈에 대한 인식 확산과 인프라 확충을 위해 마련됐다.

현대차는 예능 프로그램 ‘캠핑클럽’을 통해 ‘핑클 캠핑카’로 알려진 자사의 쏠라티를 헌혈카로 개조해 지난 9월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13개 지역을 순회하며 헌혈견들을 찾아가고 있다. 앞서 온라인을 통해 신청자를 모집했고 52마리를 선정하는 캠페인에 2백40여 마리가 지원했다. 헌혈카 안에는 채혈·분석실과 최신 진료장비 등이 갖춰져 있어 건강검진과 헌혈이 차 안에서 한 번에 이루어진다. 건국대부속동물병원 수의사 6명과 수의과 대학생 2명이 헌혈카에 동석한다. 현대차 마케팅팀 김형겸 매니저는 “반려견 헌혈 확산을 위해 현대차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직접 병원을 찾아가기 어려운 반려견과 보호자를 위해 현대차의 모빌리티를 활용한 헌혈카 캠페인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헌혈은 25kg 이상의 2~8세 대형견만 가능하다. 소형견은 채혈할 수 있는 피의 양이 적어 헌혈 대상에서 제외된다. 같은 날 이천 캠페인 현장에는 춘향을 비롯해 버니즈마운틴독 ‘로니’와 골든리트리버 ‘루피’, 저먼세퍼드 ‘후크’ 등 4마리의 반려견이 모였다. 앞서 헌혈 경험이 있는 로니의 보호자 박정미 씨는 헌혈이 가능한 마지막 해를 맞은 로니와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참여했다고 전했다. 공혈묘 덕분에 반려묘를 살린 경험이 있는 루피의 보호자 박정택 씨는 우연히 캠페인 광고를 보고 이웃집 후크까지 이끌고 선행에 동참했다. 춘향의 보호자 김연옥 씨 역시 공혈견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안고 이곳을 찾았다. 더불어 헌혈을 통해 무섭고 사나울 것이란 대형견에 대한 편견도 사라지길 바란다는 희망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또 다른 14살 반려견의 비장에 혹이 생긴 걸 늦게 발견해 응급 수혈이 필요했는데 그때 공혈견의 도움을 받았죠. 감사한 마음에 이 피가 어디서 왔는지 알아보니 공혈견이 사육되는 환경이 아주 열악하더군요. 이후 반려견 헌혈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건강하기만 하면 참여할 수 있는 일이라 동참했어요. 춘향이 외에 50kg짜리 그레이트 피레니즈도 함께 사는데 대형견을 무서워하는 분들이 많아 산책은 밤 10시 이후 인적이 드문 곳에서만 해요. 헌혈 캠페인을 통해 대형견이 덩치는 크지만 모두 사나운 건 아니고 소형견들에게 도움도 줄 수 있는 개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좋겠어요.”

대형견 한 마리 헌혈, 네 마리 소형견에 새 생명
반려견 헌혈증.
반려견의 몸무게와 건강상태, 당일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대형견 한 마리의 헌혈로 얻어지는 혈액의 양은 평균 300~500ml 정도. 이는 소형견 4~6마리에게 수혈할 수 있는 양이다. 그럼에도 대중의 인식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보호자가 참여를 결정하는 반려견 헌혈이 동물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것은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곁에서 지켜본 헌혈과정은 10~20분 내외로 신속하게 이루어졌으며 최소 4명의 의료진이 참여해 반려견이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게 진행했다. 의료진은 작은 통증마저 느끼지 못하도록 주사 바늘이 삽입되는 피부 주위에는 마취크림도 세심하게 발랐다. 조금이라도 반려견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일 땐 채혈을 멈추고 안정을 찾도록 다독였다. 동물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마취는 실시하지 않으며 마취가 필요한 반려견의 헌혈 지원은 지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본격적인 헌혈에 앞서선 혈액검사와 신체검사, 전염병 검사 등이 약 30분간 진행됐다. 헌혈에 지원한 반려견은 무료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헌혈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 건강한 개체만이 헌혈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로니와 후크는 사전검사에서 각각 적혈구수치 저하와 진드기 매개 질병 의심 소견이 나와 헌혈은 추후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오면 하기로 하고 돌아가야 했다. 건국대학교 부속 동물병원, 한현정 응급중환자 의학과 교수는 “헌혈 참여를 계기로 치명적일 수 있는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된 건 천운”이라고 말했다.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사전 검사로 몰랐던 질환을 발견한 사례들이 종종 있어요. 헌혈에 지원한 덕분에 더 큰 질환으로 발전하는 걸 막았으니 다행스러운 일이죠. 헌혈은 길어도 20분 내로 종료되기 때문에 반려견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지 않습니다. 혈액은 부작용이 없을 만큼만 뽑고, 건강한 개체는 곧바로 적혈구가 재생되기 때문에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반려견의 질환과 적극적인 치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혈액을 필요로 하는 동물이 크게 늘었는데 대형견 한 마리의 헌혈로 소형견 네 마리가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으니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헌혈카 캠페인을 통해 모아진 혈액은 건국대를 포함해 전국 4개 수의과대학으로 보내져 수혈을 필요로 하는 동물을 위해 쓰인다. 현대차와 함께 이번 캠페인을 기획한 한국헌혈견협회는 반려견 헌혈 확산을 통해 공혈견의 희생을 줄이자는 취지로 반려견 보호자들이 모여 지난해 자발적으로 설립한 단체다. 협회는 지속적으로 연계 병원을 늘려 나가고 있으며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반려동물용품을 지급하는 등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강부성 대표는 “반려견 헌혈이 확산되기 위한 핵심은 ‘즐거운 참여’를 이끄는 것”이라면서 “공혈견의 슬픈 현실을 부각하기보다는 헌혈견과 보호자들에게 재미있고 뜻깊은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연말까지 진행되는 현대차의 찾아가는 헌혈카 캠페인 일정은 아임도그너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사는 여성동아 11월호에 실렸습니다]


김명희 여성동아 기자 mayhee@donga.com
사진 조영철 기자, 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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