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인생샷에 억새 명소 제주 오름 ‘소리없는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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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2일 0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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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하게 훼손된 애월읍 새별오름.  1일 일부 탐방객들이 탐방로를 벗어나 억새풀밭 속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 뉴스1
흉하게 훼손된 애월읍 새별오름. 1일 일부 탐방객들이 탐방로를 벗어나 억새풀밭 속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 뉴스1
1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이곳은 평일 낮인데도 탐방객으로 붐볐다.

새별오름은 매년 3월 오름의 절반을 태워 장관을 연출하는 들불축제로 유명하지만 가을에는 억새풀 명소로 알려져 탐방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날도 억새풀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려는 커플과 가족 단위 탐방객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일부 탐방객은 인생샷 욕심에 탐방로를 벗어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오름 곳곳에서 누군가에게 짓밟혀 드러누운 억새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오름 주변에는 탐방객들이 버린 것으로 보이는 플라스틱컵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오름 정상도 오고가는 수많은 발길에 맨 흙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억새철 사진촬영을 위해 탐방로 외 출입시 자연훼손,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적극 협조바랍니다”고 쓰인 제주시의 안내판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국립공원인 한라산과 달리 오름은 탐방로를 벗어나도 계도만 할 수 있지 과태료 등의 처벌이나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새별오름 10월들어 하루 3000명, 한달에 9만명

새별오름에 제주시가 설치한 탐방로 외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 © 뉴스1
새별오름에 제주시가 설치한 탐방로 외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 © 뉴스1
매달 새별오름 훼손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 제주참여환경연대에 따르면 새별오름 시간당 탐방객은 9월까지 100명 수준이었다가 10월들어 500명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참여환경연대는 하루 3000명, 10월 한달에만 9만명에 달하는 탐방객이 새별오름을 찾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리한 인생샷과 비양심 탐방객에 시달리는 오름은 새별오름뿐만이 아니다.

도내 분포한 오름은 총 368개로 사유지가 148개로 가장 많고 국유지 107개, 공유지 57개, 공동 소유 36개, 재단 소유 15개, 기타 5개 등이다. 이 가운데 탐방시설이 설치된 오름은 121개다.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017년 발표한 ‘오름 자율탐방관리시스템 개발 및 운영방안 연구’를 보면 2016년 오름 탐방객수는 도민 349만명, 관광객 1900만명 등 총 2250만명에 달한다.

관광객의 경우 새별오름을 비롯해 대표적인 오름을 주로 선호하다보니 집중 탐방으로 부정적 영향이 탐방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탐방객들도 “오름 보전, 탐방객 스스로가 관리해야”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전경. © 뉴스1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전경. © 뉴스1
탐방객들도 탐방로 이용과 오름 훼손에 부정적인 인식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탐방객 288명을 대상으로 한 제주연구원 설문 조사에서 탐방객 주변 갓길(탐방로 이외 통행) 방지가 중요하다는 답변이 236명으로 82%를, 탐방로 주변 훼손 방지가 중요하다는 답변은 265명 92.1%를 차지했다.

특히 234명 81.2%는 “오름을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기 위해 탐방자 스스로가 관리하는 자율관리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훼손된 오름을 복원하기 위해 제주도는 휴식년제(출입제한)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물찻오름, 도너리 오름, 송악산 정상부, 문석이 오름 등 4곳이 휴식년제 대상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휴식년제가 지난 뒤 출입이 허용돼 다시 훼손이 반복된다면 소용없다는 지적도 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휴식년제만이 능사가 아니라 탐방객 총량제 등 탐방을 유지하면서도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윤 선임연구위원은 연구보고서에서 오름자율탐방관리센터 설립과 집중 탐방 오름 대상 사전예약 등을 제안하며 “1단체 1오름 가꾸기 활동을 하는 132개 단체를 중심으로 탐방객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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