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변호사 “화성사건 경찰, 현장 왜곡…곧 재심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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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30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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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을 복역한 윤 모 씨(52)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가 3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을 복역한 윤 모 씨(52)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가 3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 모 씨(52)의 재심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30일 “경찰이 사건 발생 당시 파악한 현장 모습을 10개월 뒤 윤 씨가 잡혔을 때 왜곡시켰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 윤 씨와 함께 이날 오후 2시 30분경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도착해 “당시 경찰이 현장 모습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사후에 변형시킨 것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발견된 것을 전부 공개하면 윤 씨의 신체적 상황(다리가 불편한 것)과 배치되는 반면, 일부를 빼면 자연스러워질 수 있었다”며 “이춘재의 자백은 범인만이 알 수 있는 비밀을 담고 있지만 윤 씨의 당시 자백이 담긴 조서를 보면 너무 황당하다. 지금 법의학자도 객관적 상황에 맞지 않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의 마지막 모습은 사진이나 기사를 통해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데 그 모습이나 주변 현장이 말해주는 사실과 이 씨의 자백이 들어맞는다”라며 “이 씨가 범인이 맞다는 사실에 경찰도 의심을 갖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얘기를 들어보니 경찰이 이 씨에게 당시 사건 서류 한 장도 보여주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진술을 받아냈다”며 “그 진술에는 사건 범인만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진술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씨가 범인이라고 한다면 범인이 아닌 사람을 범인으로 만든 수사의 위법을 밝혀야 한다”며 “당시 수사 위법을 밝히려면 경찰이 당시 사실을 말해야 하는데 당시 책임이 있는 그들이 사실을 얘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윤 씨 조사가 길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윤 씨는 한편으로 잘못된 수사를 받은 국가 폭력 피해자”라며 “윤 씨 기억에 의존해 다시 수사 위법 부분 확인하고 있는데, 30년 전 기억이다 보니 기억에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박 변호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당시 감정 결과를 언급하며 “이 사건에서 자백 말고 의미 있는 증거는 당시 체모에 대한 국과수 감정 결과”라며 “당시 체모에서 나온 물질 수치에 대해 다시 검증할 수는 없다. 그런데 수치 해석이 말도 안 되는 해석을 해놨다. 아주 비과학적이고 단정적”이라고 비판했다.

재심 일정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는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 그래서 빠르면 다음 주, 늦어도 다다음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을 복역한 윤 모 씨(52)가 2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그동안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을 복역한 윤 모 씨(52)가 2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그동안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한편 이날 윤 씨는 26일에 이어 조사를 받으러 온 심경에 대해 “착잡하다”면서도 “조사가 힘들진 않다. 분위기도 좋고, 만족한다”고 말하며 현재 경찰에 대한 신뢰감을 보였다.

이어 “당시 사건은 가물가물하다. 30년 세월이 지나 기억을 더듬기 힘들다”고 힘들게 말했다.

경찰은 화성사건 피의자 이 씨가 8차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한 뒤 3차례 윤 씨를 만났다.

26일 조사는 11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윤 씨는 “자백한 이 씨에게 고맙다”며 “이 씨가 자백 안 했으면 재조사를 받는 일도 없고, 제 사건이 묻혔을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한편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 모 양(당시 13세)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 당한 뒤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윤 씨는 다음 해 범인으로 검거돼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 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가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항소는 기각됐다. 수감생활을 하던 윤 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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