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경제제재 강력할 것” vs 터키 에르도안 “절대 멈추지 않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3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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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거점 지역에 대한 군사 작전을 사실상 묵인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對)터키 경제 제재’ 가능성을 꺼냈다. 미국이 동맹이던 쿠르드족을 버렸다는 비판이 커지자 급히 경고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터키는 군사작전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터키가 군사 작전을 진행하며 인종·종교적 소수집단을 겨냥할 경우, 미 재무부에 터키 정부 관계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재는 매우 강력할 것이다. 실제로 제재들을 활용하지 않기를 희망하지만 필요하다면 터키 경제를 끝장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므누신 장관은 구체적인 제재 내용이나 조건, 적용 시점 등을 밝히진 않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실질적인 조치 없이 겉으로만 터키의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막으려는 모습을 보인 게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제기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이날 대테러 관련 회의에서 “(군사작전을) 멈추라는 협박이 들어오고 있지만 우리는 절대 안 멈출 것”이라며 “우리 국경에서 32km 떨어진 곳(터키가 주장하는 ‘안전지대’)까지 테러리스트들을 몰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거점 지역에 대한 공격은 강화되고 있다. 터키는 압도적 공군력을 바탕으로 쿠르드족을 맹폭하고, 지상군도 계속 진격하고 있다. 푸아트 옥타이 터키 부통령도 TRT 방송 인터뷰에서 “터키군과 시리아국가군(SNA·친터키 성향 시리아 반군 조직)이 시리아 국경에서부터 8km까지 진격해 들어갔다”고 말했다. 반면 쿠르드 민병대(YPG)는 터키군의 조직적인 화력에는 힘이 달리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이 지속되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영향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족한 동맹관’과 ‘시리아 철군’에 불만을 품고 지난해 말 물러난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은 12일 미 NBC 인터뷰에서 “IS가 세력을 되찾지 못하도록 압박을 지속하지 않으면 IS가 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군을 도와 IS 가담자 수용 등을 주도적으로 해온 쿠르드족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미 IS 수용 시설 중 일부가 터키군 공습에 파손돼 수용자들이 탈출했고, 현지의 IS 점조직들도 활동을 재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가운데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입장도 갈리고 있다. 11일 AFP통신에 따르면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지역 군사행동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하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계획은 러시아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AFP통신은 외교관들을 인용해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가 반대하고 중국도 러시아를 지지하면서 미국이 주도한 성명 채택 절차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전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인터뷰에서 “러시아도 시리아 정부가 더는 군사적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경우 즉각 병력을 빼낼 것”이라고 강조하며 “시리아에서 불법적으로 주둔하는 외국군은 모두 즉각 철수하라”고 밝혔다. 그의 이번 발언에 대해 시리아 내 쿠르드 공격에 나선 터키 등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주둔군의 철수 문제를 이란과 터키, 미국과 공개적으로 논의해왔다고 덧붙였다.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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