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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지 않는 ‘핫라인’…트럼프의 김정은 편애[하태원 기자의 우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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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지 않는 ‘핫라인’…트럼프의 김정은 편애[하태원 기자의 우아한]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장 입력 2019-10-13 09:09수정 2019-10-1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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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이제 확실한 ‘팩트’가 된 것 같습니다. 탄핵논의로 심기가 불편한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김정은 위원장의 이름을 불쑥 거론했습니다. 다른 국가 정상들과 통화를 한다면서 ‘특별한 친구’를 소환한 것입니다.

미국 주요언론에 거론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뉘앙스는 ‘심지어’ 김정은 과도 통화를 한다는 느낌에 가까워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통화를 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특유의 허세부리기의 일환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마디로 ‘나 이런 사람이야’ 라고 말하고 싶은 듯 합니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만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왼쪽부터). 사진출처 AP

재선(再選) 가도에 나선 그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트린 것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 정신세계는 확실히 연구대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의도는 별론(別論)으로 하더라도 김정은 위원장과 진짜로 ‘핫라인’을 갖고 있는지는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는 주제입니다. 북-미 관계가 교착될 때 마다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매개수단이 친서(親書)였다는 점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죠. 하지만 둘 사이에 언제든 연락이 가능한 직통전화가 있다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3차례 였습니다. 2018년 싱가포르가 첫 만남이었고,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 이어 6월에는 판문점에서 극적인 남북미 3자 회동이 성사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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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무용담을 공개하듯 판문점 회동의 뒷이야기를 자랑삼아 이야기 하곤 합니다. 일본에서 열린 주요20개국 정상회의(G-20) 참석 직후 방한 일정이 잡혔던 트럼프는 트위터로 김 위원장에게 만남을 제안했고 기적처럼 이 만남은 성사됐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안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은 뒤 다시 남측 지역으로 넘어서고 있다.

당시 상황을 복기해 보면 외신들은 “10분 만에 전화가 걸려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당시 외교가는 “전화가 걸려왔다”는 표현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9일 재차 통화사실이 공개되면서 ‘핫라인’이 정말 존재한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게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폭스뉴스에 출연해 김 위원장과 직통전화번호를 공개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농담반 진담반 “주말에 북한에 전화하려고 한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핫라인을 놓는 이유는 긴급한 상황에서 오판을 줄이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서의 의미도 있습니다.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루트를 갖고 있다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아낼 수 있는 중요한 옵션을 확보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대수롭지 않다고 반응할 수 있는 것 역시 핫라인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북-미 정상 간 핫라인의 개설과 실제 가동은 남북간 핫라인의 존재를 새삼 떠올리게 합니다. 통역의 필요가 없는 남북간 핫라인은 역대 정부에서도 공을 들여왔던 소통수단이었습니다.

1972년 남북공동성명(7·4 공동성명)의 결과로 판문점과 통일각에 만들어진 ‘직통전화’가 시작이고 2018년 12월 남북은 군사공동위를 가동해 군 수뇌부간 핫라인 구축을 논의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김정은과 트럼프처럼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에도 핫 라인은 존재합니다. 2018년 4월 청와대 집무실과 북한의 노동당 청사 국무위원장 집무실에 설치됐죠.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된 남북 정상간 직통전화. 이 전화는 문 대통령이 원하면 청와대 본관과 비서동, 관저 어디서나 연결된다. 사진제공 청와대

안타까운 점은 아직까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 직통전화를 통해 전화로 대화를 나눴는지 여부가 불분명 하다는 점입니다. 청와대는 단 한 번도 정상간 직통전화가 실제로 가동됐는지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고 북한 역시 관련 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던 시절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이른바 중재역에 많은 의존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무산위기에 처했을 당시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문 대통령과 깜짝 회동을 한 것은 김 위원장에 우리에게 보낸 SOS 신호였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반의 세월이 흐른 현재 김정은-트럼프의 관계는 문 대통령-트럼프 대통령 관계보다 긴밀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괜찮은 친구라고 소개해 줬더니 나보다 새로운 친구와 더 친해진 듯한 느낌이죠.

조국 블랙홀에 국내정치의 시계가 제로인 상황. 울리지 않는 남북핫라인, 불안해 보이기만 하는 한미동맹의 미래에 청와대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하태원 채널A 보도제작팀 부장급(정치학 박사수료)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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