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부담 줄이려… 스웨덴 왕실 구조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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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국왕, 손주 5명 직함 폐지… 경제지원 없애고 호칭만 부여
‘군주제 유지’ 달라진 시선 반영

7일(현지 시간) 납세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손주 7명 중 5명의 왕실 직함을 폐지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과 소피아 왕비 부부(앞줄 왼쪽부터). 뒷줄에 이들의 자녀인 마델레이네 공주(37) 부부, 빅토리아 왕세녀(42)와 부군 다니엘 왕자(46), 칼필리프 왕자(40) 부부(왼쪽부터 성인만)가 각자의 아이들을 안고 있다. 스웨덴 왕실 제공
7일(현지 시간) 납세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손주 7명 중 5명의 왕실 직함을 폐지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과 소피아 왕비 부부(앞줄 왼쪽부터). 뒷줄에 이들의 자녀인 마델레이네 공주(37) 부부, 빅토리아 왕세녀(42)와 부군 다니엘 왕자(46), 칼필리프 왕자(40) 부부(왼쪽부터 성인만)가 각자의 아이들을 안고 있다. 스웨덴 왕실 제공
7일(현지 시간) 스웨덴 국왕 칼 구스타프 16세(73)가 손주 5명을 왕실의 일원 목록에서 제외했다고 BBC 등이 전했다. 이에 따라 왕위 계승자 빅토리아 왕세녀(42)의 1남 1녀만 왕손 직함을 유지한다.

1973년 즉위한 그는 슬하의 1남 2녀로부터 손주 7명을 뒀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칼 필리프 왕자(40)의 두 아들, 셋째 마델레이네 공주(37)의 세 자녀에 대한 왕손 직함을 폐지했다. 손주 5명은 모두 5세 미만의 영유아다. 이들은 앞으로 왕가 인사에게 제공되는 돈을 받을 수 없고 왕실의 공식 직무도 수행하지 않는다. 오로지 공작 및 공작부인 칭호만 쓸 수 있다.

‘왕가 구조조정’은 몇 년 전부터 스웨덴 의회가 왕실 규모, 군주제 원칙 등을 논의할 정도로 국민의 시선이 달라진 현실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스웨덴 역사학자 딕 해리슨은 “왕실 규모가 100년간 계속 늘었다. 국왕이 왕실에 대한 현대 사회의 요구에 호응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왕실 젊은이들도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다. 스스로를 철창에 가두지 않아도 된다”고 평가했다. 당사자들도 반겼다. 칼 필리프 왕자는 소셜미디어에 “두 아들이 인생에서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손주들의 부모인 칼 필리프 왕자와 마델레이네 공주, 이들의 배우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왕실은 이날 성명에서 “이들이 자금을 출연했거나 관여하고 있는 비영리재단 및 조직에서의 일은 계속한다. 구스타프 16세가 결정한 범위 안에서의 공식 임무도 수행한다”고 밝혔다.

영국도 왕위 계승자와 그 직계 후손을 제외한 기타 왕실 인사의 수를 줄이고 있다. 찰스 왕세자의 차남인 해리 왕손은 올해 태어난 아들 아치가 평범한 삶을 살기 원한다며 작위를 물려주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의 두 딸 베아트리체와 유지니 공주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각각 왕위 계승 서열 8, 9위지만 공식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스웨덴 왕실#구스타프 국왕#군주제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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