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반발·압박에도 트럼프 ‘침묵’…“외교정책 난장판” 직격탄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8일 14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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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후 북한이 연일 미국에 대한 비난 및 위협 강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의 노골적 불만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해 대북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AP통신, 로이터 등에 따르면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7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놓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가 열리는 것에 강력 반발했다. 그는 “위험한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미국이 영국 프랑스 독일의 불순한 움직임 뒤에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미국을 배후로 지목했다. 그는 “미국과 그 주총자들은 안보리에서 우리의 자위적 조치를 문제 제기하는 것이 주권 방어에 대한 우리의 욕구를 더욱 자극한다는 것을 명심하라”며 “SLBM 발사는 이웃 국가의 안보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8일 안보리 회의는 비공개로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는 추가 미사일 실험에 대한 질문에는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주의 깊게 관찰해달라”고 했다. 다만 “다른 미사일 발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북한이 안보리 회의 개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스톡홀름 협상 결렬 후에도 북미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함은 물론, 안보리의 추가 제재 등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후 사흘이 지나도록 아무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도 하원의 탄핵 조사에 관해 민주당과 내부고발자를 비난하는 ‘폭풍 트윗’만 거듭 올렸다. 북한 문제가 탄핵 위기, 시리아 철군 논란, 미중 무역협상 등에 가려져 후순위로 밀려났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미 대북정책 실패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이날 동아일보에 “북한과 미국모두 서로의 양보만 기다리는 ‘치킨 게임’을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 치적으로 자랑해온 대북 정책이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 전 장관은 CNN에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난장판(shambles)”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도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이번 북-미 실무협상은 외교적 절차나 목표가 모두 실종됐다. 미국은 역사상 최악의 외교팀을 갖고 있다. 국무부 조직이 예전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스톡홀름 비핵화 실무협상 정보를 공유하고 한미 간 협의를 위해 이날 워싱턴에 도착했다. 그는 공항에서 취재진들에게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북한과의) 대화 계기를 이어나가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볼 생각”이라며 “양측이 대화가 계속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작은 늘 힘들지만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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