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日, 美에 휘둘려 무역협정에 서명”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26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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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첫 각료급 회의부터 日에 서명하자 떠 봐
아사히 "향후 트럼프에 휘둘리는 日상황 변함 없을 것"

“4월 15일 미국 워싱턴, 실질적인 협상이 시작되는 첫 각료급 협의 자리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다음 주 미일 정상회담에서 서명할 수 없을지 보스가 얘기했다’고 당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상에게 갑자기 물었다. ‘보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가리킨다. 협상 시작 약 1주일 만에 서명을 요구해온 것이다.”

26일 아사히 신문은 미일 무역협정에 대한 뒷이야기를 위와같이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급하게 굴만큼 초조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로 자국 농가들에게서 환심을 사야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다. 2020년 재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기반인 농민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조기에 일본의 농산물 관세를 인하시키고 싶어했다.

신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부가 미국의 서두른 협상에 응해준 이유로, 일본산 자동차에 대해 미국이 25% ‘고관세’ 카드를 뽑지 않을까에 대한 리스크가 계속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산 자동차의 관세는 2.5%다.

4월 첫 각료급 회의 후에도 미국 측은 협상 타결 시기를 앞당기도록 압박했다. 4월 말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5월말)방일하면 일본에서 서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모테기 당시 경제재생상은 “조기 타결 기대를 나타낸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농가에 인기가 없는 합의는 불가능하다는 일본 측의 설득에 한번은 넘어가줬다.

그러나 6월 주요 20개국(G20) 기자회견에서 미일 안전보장조약이 “불공평하다”며 안보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본은 미국이 안보까지 무역협상의 재료로 쓰이며 가장 두려워했던 사태에 직면할까 우려에 빠졌다.

결국 일본 측은 협상 서명에 내몰렸다. “8월에는 발표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지난 8월 미일 양국은 무역협상 큰 틀 합의에 도달했다.

큰 틀 합의 이후 1개월도 채 안된 지난 25일 재촉당하며 서명이 이뤄졌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일본 측 관계자는 “보통이라면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미일 무역협정은 ‘1단계’로 발효 후 4개월이 지나면 2단계인 포괄적인 합의에 돌입한다. 일본의 가장 큰 현안인 일본산 자동차 관세도 이때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신문은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휘둘리는 상황엔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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