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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거절당하는 직업”…그래도 국희씨는 또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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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거절당하는 직업”…그래도 국희씨는 또 도전합니다

뉴스1입력 2019-09-21 10:23수정 2019-09-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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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감독은 “김국희는 앞으로 영화계에서 많이 찾는 배우가 될 것”이라고 했다.(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뉴스1
“엄마, 저 드디어 ‘걸레’ 됐어요, 걸레!”

2007년 여름, 그는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어머니에게 소식을 알렸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오디션에 합격한 직후였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김민기(학전 대표)는 “지독하게 하더니 붙었다”며 그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배우 김국희(34).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공연계에선 알아주는 16년차 뮤지컬 배우다. 한국뮤지컬어워즈 등에서 여우조연상을 두 차례 받았다. 최근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은자’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 영화의 정지우 감독이 “영화를 보고 나면 잊을 수 없는 얼굴이 김국희”라고 평했듯, 조연이지만 그의 존재감은 뚜렷했다.


그동안 ‘지하철 1호선’ ‘빨래’ 등 굵직한 무대에 올랐으나 그의 필모그래피엔 보이지 않는 실패의 순간이 수두룩하다. 국희씨는 “배우는 거절당하는 직업이라 오디션에서 수없이 떨어졌다”며 “배우들은 ‘떨어졌어’ 대신 ‘거절당했어’라고 표현한다”고 했다. 며칠 전에도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는 이 배우가 실패에 움츠려 들지 않고 또 도전하는 힘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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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되는 꿈

국희씨는 ‘빨래’에서 하숙집 주인할매 역을 맡아 열연, ‘국희할매’라는 별명을 얻었다. 앞으로 “지독한 악역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했다.(사진제공=김국희)© 뉴스1
그는 어려서부터 노래에 소질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노래대회에 나가 여러 번 상을 탔다. 고학년이 되자 변성기가 왔다. 노래에 흥미가 떨어졌다. 중학교 1학년 어느 날 국어선생님이 대뜸 권했다. “발성이 좋구나. 연극반 해보지 않을래?” 얼결에 연극을 시작했다.

배우의 꿈은 중3 때 품었다. ‘지하철 1호선’을 관람하던 날, 온몸이 감전된 듯했다. ‘이렇게 재미있는 뮤지컬이 있다니!’ 고교시절에도 연극부 활동을 했다. 학교축제 때 딸의 공연을 본 엄마는 말했다. “네가 처음으로 내 속을 썩이는구나. 어떻게 말리겠니?” 엄마는 딸의 꿈을 응원해주기로 했다.

◇“붙을 때까지 해보자”

2008년 봄, ‘걸레’ 역을 맡아 ‘지하철 1호선’ 첫 무대에 올랐다. 맨 왼쪽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는 사람이 국희씨.(사진제공=김국희)© 뉴스1
국희씨는 2003년 청소년 뮤지컬 ‘짱따’로 데뷔했다. 그해 ‘지하철 1호선’ 오디션 소식을 들었다. 1차 오디션은 고교 졸업식 날이었다. 졸업식 제쳐두고 오디션 장소로 향했다. 마지막 관문인 3차까지 갔으나 결과는 불합격. 그때부터 이 작품과의 질긴 인연이 시작됐다.

2004년 첫 도전장을 던진 이래, 결과는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늘 3차에서 미끄러졌다. 주변에서 이런 말들이 들려왔다. “자꾸 떨어지는데 관둬라”, “너한테 어울리는 역은 없어.” 그래도 악착같이 도전했다. ‘꿈의 뮤지컬’이었고 ‘인생의 숙제 같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욕 좀 먹으면 어때?


2007년 드디어 ‘지하철 1호선’ 탑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3년간 치른 오디션 횟수를 다 합치면 21번이었다. 거듭된 낙방과 도전 끝에 따낸 역할이 바로 ‘걸레’였다. 국희씨는 말했다. “이 뮤지컬이 배우 인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작품이자, 가장 많은 거절감을 안겨 준 작품”이라고.

‘지하철 1호선’은 연기 인생에 전환점 역할도 했다. “그토록 원했던 작품이었는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 우울했어요. 매 공연이 마지막인 것처럼 잘 해야겠다는 강박이 심했죠.” 그러나 이 작품을 계기로 공연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했다. “안달복달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욕 좀 먹으면 어때? 싶었죠.” 이후에도 공연에 대한 부담은 물론 있었지만, 무대를 점차 즐기게 됐다.

◇국희씨는 오늘도

관객의 급소를 건드리는 연기를 꿈꾸며 무대에 선 지 16년. 그 시간 속엔 연기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순간도 있었고, ‘배우의 길’을 포기하고 싶은 날도 있었다. 그러나 관객의 격려로 버텼다. “공연 보고 큰 위로를 받았다”는 한마디가 연기를 지속하게 만든 힘이었다고 국희씨는 말했다.

그러고 보면 그의 필모그래피는 관객의 격려를 동력 삼아 쌓아올려진 셈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 실패의 이력을 모으면 수백 줄은 될 터. ‘불합격 경력’을 그는 이렇게 해석한다. “실패하는 모든 순간이 좋은 것을 향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당연히 거쳐 가야 하는 삶의 일부요.”

실패를 ‘인생의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씩씩한 국희씨는 오늘도 오디션에 도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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