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논란많은 “출생시민권 폐지” 다시 선언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2일 0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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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켄터키 유세 떠나며 백악관기자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땅에서 태어난 아기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속지주의의 “출생시민권”을 폐지하는 문제를 “대단히 심각하게”( very seriously ) 들여다보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켄터키주 루이빌의 유세에서 연설하기 위해 떠나면서 백악관 기자들을 향해 출생시민권에 언급하면서 “솔직히, 말도 안되는 웃기는 제도” 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출생시민권 폐지 선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선거공약에도 포함되었고, 지난 해 10월 에는 이를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혀 엄청난 논란과 헌법 논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폐지할 것이라고 밝힌 출생시민권은 수정헌법 14조에 명시되어 있다.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의 시민권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시민으로서 권리를 보장 받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수정헌법 14조는 남북전쟁 이후 노예제도에서 해방된 흑인들에게 미국 시민으로써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1868년 헌법에 추가되었다.

출생시민권을 가진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는 트럼프의 주장과는 달리, 폴리팩트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자국에서 태어난 아기를 시민으로 인정하는 속지주의를 채택하는 나라는 최소 32개국에 이른다.

트럼프대통령이 연방항소재판소 판사로 임명한 보수파의 제임스 호 법관도 임명되기 훨씬 전인 2006년에 쓴 글에서 “출생시민권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들어온 이민들의 후손 뿐 아니라 서류없는 부모들(불법체류자)의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의 법률고문들에게 확인한 결과 대통령 행정명령으로도 이의 폐지를 할 수 있다며, 출생시민권을 불법이민자들을 끌어들이는 원인이라고 보고 폐지를 거듭 천명해왔다.

미국 시민권을 위해 원정 출산을 하는 외국 여성도 많은데, 현재 그 정확한 수는 밝혀져 있지 않다. 하지만 더 엄격한 이민법을 요구하는 보수단체인 이민연구센터( Center for Immigration Studies)에 따르면 2012년에만도 외국 출생 여성들 가운데 3만6000명이 미국에 와서 아이를 낳은 뒤 출국했다는 기록이 있다.

플로리다주 같은 곳에서는 “출산 투어”란 출산여행상품의 붐까지 일어나고 있다. 매년 수 백명의 임신한 러시아 여성들이 미국에 와서 아이를 낳는데, 여행 서류를 마련해주고 숙박 또는 입원을 주선하는 중개인들에게 2만~5만 달러를 주고 들어온다. 중국과 나이지리아 같은 나라에서도 수많은 여성들이 같은 이유로 미국에 온다.

21일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폐지 발언은 최근 강경파 보좌관들이 몇 달 동안에 걸쳐서 추진해온 이민법 개정 작업의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 국토안보부는 같은 날인 21일에 그 동안 이민 어린이들의 수용소 보호 기간에 제한을 두었던 연방법의 조항을 폐지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 결정은 이민자 가족들을 심의가 끝날 때까지 구금하고 싶어하는 정부의 욕심이 반영된 것이어서, 필연적으로 찬반 격론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주에도 이민들에 대한 영주권과 시민권 부여 조건을 까다롭게 하기 위해 공공비용을 부담하지 못하는 이민들에 대한 영주권부여를 제한한다고 발표하고 그 공공비용의 정의도 훨썬 더 넓히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남부 국경지대의 이민자 피난처도 사실상 무력화될 상황에 놓여 있다.

한편 지난 10월 출생시민권 폐지 논란 당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현 하원의장)는 “미국의 대통령은 헌법을 삭제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며 헌법수정에 협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헌법을 고치기 위해서는 연방 의회 3분의 2, 주 의회 4분의 3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17년 공동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시민의 65%가 현행 출생시민권을 유지해야한다고 밝힌 반면, 단지 30%의 시민들만이 불법이민자들의 아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현 출생시민권 제도는 1898년 웡킴아크 대 미합중국 (Wong Kim Ark v. the U.S.) 소송에서 확정되었다.

이 사건은 해외를 여행하고 돌아온 중국계 미국인 웡킴아크가 미국 시민이 아니라는 근거로 입국을 거절당하자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다. 미연방법원은 6-2로 그의 입국을 허가하며 수정헌법 14조는 미 영토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고 해석했다.

약 100년 후인 1982년 대법원은 1898년에 이뤄졌던 수정헌법 14조 해석이 불법이민자들의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플라이어 대 도, 텍사스 주(Plyer v. Doe, Texas) 라는 이름의 이 재판에서 미 대법원은 영주권 없이 거주하는 아이들도 무상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워싱턴=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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