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이기진]지방정부 인사에 ‘이념의 잣대’ 유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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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대전충청취재본부장
이기진·대전충청취재본부장
‘(국가정보원 출신을 대전시 정무부시장으로 내정한 것은) 허태정 대전시장의 시정철학이 무엇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시정 가치와 철학을 어떻게 구현할지 상상조차 못 하겠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한 박영순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 후임으로 국정원 경제단장을 지낸 김재혁 전 대전지부장을 내정하자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낸 논평이다. 연대회의는 허 시장이 김 내정자를 ‘지역경제 활성화 적임자’라고 설명한 것에 대해서도 ‘억지춘향이다. 산업보안 전문성은 인정되나 지역경제 전문가라는 설명은 너무도 궁색하다’고도 했다.

386세대 운동권 출신인 허 시장을 제 식구 감싸오듯 한 시민사회단체가 허 시장 인사에 대해 이런 논평을 낸 것은 다소 이례적이지만 사안에 따라 시시비비 입장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도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반대 사유 중에는 혹시 국정원이라는 과거 조직 이미지가 김 내정자에게 오버랩됐기 때문은 아닌지 셀프 점검을 권고해보고 싶다. 또 다른 지역 인사는 ‘내정자는 경제정보를 수집하고 가공, 전파하는 경제정보 관리 전문가’라며 부적절한 인사(人士)이자 인사(人事)라고 폄훼했다.

그렇다면 역대 대전시 정무부시장은 어떠했나.

1995년 민선 부활 이후 역대 대전시 정무부시장 19명 중 13명이 전문성과 업무 능력보다는 시장과의 친분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임명돼왔다. 정무직 영역인 의회 및 언론, 시민사회단체와의 교류는 제대로 못 했거나 아니면 안 했던 게 사실이다. 일부는 구청장, 국회의원 등 선출직으로 진출하기 위해 노골적인 스펙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왔다. 그러다 보니 대전시청을 출입하는 한 기자조차 ‘정무부시장 얼굴 한번 못 봤다’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국정원 출신이다. 비전문가다’라는 주장은 오히려 옹색하다.

굳이 사례를 들자면 김연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국정원 출신으로서 무려 7년 5개월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켰다. 시장이 바뀌었어도 개인의 열정과 노력, 전문성을 인정받아 시민공복 역할을 수행했다.

김 내정자는 실물경제 분야 전문성은 물론이고 대전지부장 재직 시에도 경제계, 과학계, 학계 등 다양한 인사를 두루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합리적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 퇴직 후 국정원 공제회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도 최근까지 국정원 차장 기용설이 나올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아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방정부 부단체장 인사에 이념의 잣대를 앞세우거나 검증하지 않은 채 ‘딴지’ 거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이기진·대전충청취재본부장 doyoce@donga.com
#지방정부 인사#대전시 정무부시장#대전시장#이념의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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