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잇단 총기참사 원인에 “비디오 게임과 정신질환 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6일 15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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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엘패소와 데이턴에서의 잇단 총기난사 사건의 원인으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비디오게임, 정신질환자 등을 지목하며 관련 분야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의 인종차별주의적 발언 문제점이나 총기사용 규제 같은 근본적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발표한 10분 간의 대국민 성명에서 “우리는 한 목소리로 인종주의와 편견, 백인우월주의를 비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마음과 영혼을 비뚤어지게 만드는 이런 사악한 이념은 반드시 물리쳐야 한다”며 연방수사국(FBI)에 ‘증오 범죄’와 국내 테러리즘을 조사하고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터넷이 장애적 정신상태를 과격하게 만들고 광적인 행동을 일으키는 위험한 수단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인터넷은 인신매매와 불법적 마약 유통 등 여러 악한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 이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위험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비디오게임을 포함해 폭력을 부추기는 문화도 당장 바꾸거나 줄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신원이 분명하지 않는 사람이 총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적기법(붉은깃발법·red flag laws)을 촉구했고, 법무부에는 대량 살상을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조속한 사형 집행 검토도 지시했다.

이런 대국민 성명의 내용에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막상 자신의 소셜미디어 사용이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도 총기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었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그가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 조회 강화를 이민 개혁과 연계시키려는 것을 공격하며 정치 쟁점화할 태세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대통령님, 이민이 문제가 아니라 백인 우월주의가 문제이며, 총기 안전 입법에 대한 미국의 무대책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 상원의원은 “방아쇠를 당기게 한 게 총기가 아니라 정신질환과 증오라는 것은 진실을 피하기 위한 대통령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데이턴의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지명을 ‘털리도(Toledo)’라고 잘못 말한 것도 구설수에 올랐다. 털리도는 실제 총격이 벌어진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100마일 이상 떨어진 곳이다.

한편 엘패소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들이 범행 전 글을 올렸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에잇챈(8chan)’은 이날 결국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에잇챈은 유머와 일상 소재 등을 담은 글 중심이었던 설립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백인 우월주의자 집회 공고나 회원 모집 수단으로 악용돼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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