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라” 손학규·유승민 정면충돌…바른미래, 전운 고조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5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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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바른정당계 퇴진 요구, 한국당과 통합 때 몸값 받겠단 것"
"제 정치 인생 송두리째 짓밟는 경험…어떤 수모도 견딜 것"
발끈한 유승민, 즉각 반박자료 내고 "허위 사실로 비난 유감"
혁신위 '지도부 검증' 강행…당권파 "대답할 가치 느끼지 못해"

바른미래당 내 계파간 불화가 깊어지고 있다. 손학규 대표가 5일 바른정당계 수장인 유승민 의원을 겨냥, “한국당으로 가려면 혼자 가라”라며 노골적으로 공격했고, 유승민 의원은 사과를 요구하는 반박 자료를 내며 계파 수장들이 정면충돌했다. 혁신위원회가 ‘지도부 공개 검증’에 들어가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정당계가 손학규 퇴진을 이토록 요구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저 손학규를 퇴진시킨 후 개혁보수로 잘 포장해서 한국당과 통합할 때 몸값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행여라도 바른미래당을 한국당에 바치려는 분들이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유 의원이 이혜훈 의원이 주선한 자리에서 주 전 위원장을 만나 ‘손학규 퇴진’을 혁신위 최우선 과제로 삼아달라고 요구했단 것이다.

손대표는 이를 거론하면서 “한국당에 가려면 혼자 가지 바른미래당을 끌고 갈 생각은 진작 버려라”라며 “바른미래당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모아 제3의 길을 열기 위해 어떤 수모도 견디겠다.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손 대표가 비당권파의 사퇴 요구를 거부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오히려 “나가라”라고 역공하며 정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최고위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추석 전 당 지지율 10% 미만시 사퇴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오늘 다 이야기했다”며 언급을 피했다.
유승민 의원도 즉각 보도자료를 내 반박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손 대표를 향해 사과를 요구하며 “허위사실로 저를 비난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발끈했다.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의 사퇴로 사실상 와해 상태였던 혁신위원회는 ‘지도부 공개 검증’을 강행하며 혁신안을 거부 중인 손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혁신위는 이날 오후 오신환 원내대표, 권은희 최고위원을 차례로 공개 검증한 것을 시작으로 비당권파 최고위원 5명에 대한 공개 검증을 진행한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공개검증에 참석해 “손 대표가 흔쾌히 전혀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고, 권성주 혁신위원은 “손 대표와 사무총장은 혁신위가 당규를 위반하고 정당성, 명분이 없다고 했는데 오히려 당규를 어긴 것은 대표와 사무총장”이라며 “수요일까지 공개 검증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반면 손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불쾌감을 드러내며 응하지 않고 있다.

손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공개검증에 대해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 한다. 혁신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엇을 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했고, 임재훈 사무총장도 “혁신위원장이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 자의적인 판단은 민주 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무총장으로서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며 어떤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계파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비전을 담은 ‘손학규 선언’을 조만간 발표하며 국면 전환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반손(反孫) 목소리가 높아지자 손 대표가 바른정당계에 ‘나가라’고 역공하는 등 본격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당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원내 교섭단체 유지 문제 등 상황이 복잡해 갈등만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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