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한미일 회담서 ‘지소미아’ 폐기 시사…美 즉답 피해

  • 뉴스1
  • 입력 2019년 8월 3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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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19.8.2/뉴스1 © News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외교장관회담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19.8.2/뉴스1 © News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미일 3자 회담에서 일본에 대한 대응 카드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폐기를 언급했고, 이에 미국측은 일단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인데 한미일 3각 안보 공조의 핵심 축인 지소미아 폐기까지 거론되는 현 상황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일간 파국을 피하기 위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 제외 각의 결정 직전까지 상당히 분주하게 움직이며 물밑에서 중재를 계속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2일(현지시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진행중인 태국 방콕 센타라그랜드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30분간 회동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이 “지소미아는 한·미·일 안보 협력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로서는 모든 것을 테이블에 올리고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폼페이오 장관의 반응에 대해서는 ”무언이라고 하면 상당히 엄중한 반응으로 해석이 되나. 그에 대해서 폼페이오 장관의 즉답은 없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일본의 각의 결정 하루 전날인 1일 열린 고노 외무상과 양자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일본이 끝내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을 내린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며 지소미아 파기 맞대응을 시사한 바 있다.

정부는 지소미아 연장 파기 통보 시한인 24일까지 일측의 태도를 지켜보며 파기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고위 당국자는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기까지는 좀 시간이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로서는 일본이 동향과 절차 진행 상황을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이에 일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공은 일본에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한미일 회담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당일 이뤄져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중재 시도에 관심이 모아져왔다.

강 장관은 회담 후 기자간담회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한일 파국 상황에 대해 “상당한 우려”을 표명하면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일본 측은 “미국이 우려를 표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며 미측이 회담에서 별다른 중재안을 제시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일간 진실 공방 상황에 대해 이 고위 당국자는 “일본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우려 표명이 없었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느냐”며 “명시적으로 겉으로 나타나게 중재를 한다는 건 미국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럽지만, 일본의 결정으로 서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미국이 뭘 할 수 있는지 할 수 있는 바를 다 하겠다는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이 내려지면 한ㆍ일관계가 더 어려워진다는 생각에 미국도 정말 열심히 움직였다”도 강조했다.

강 장관이 3자 회담 직후 “우리가 끝까지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이야기를 전했고, 미국도 같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상황이 이렇게 돼 정말 정말 유감”이라고 말한 것이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일본의 각의 결정 하루 전날 열린 갈라 환영 만찬에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와 서서 20분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당국자는 “미국도 국무부 장관뿐 아니라 장관 밑의 당국자들, 백악관 안보실 등 여러 사람이 움직이는 외교 전선”이라며 “일본의 결정 전날 밤까지 미국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미가 긴밀히 협의하면서 미국이 일본에 하는 이야기도 잘 전해듣고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이 제시한 ‘한일간 휴전 합의(standstill agreement)’안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중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자는 고노 외무상이 휴전합의안을 거부한 배경이 설명했냐는 질문에 ”‘이것은 경제산업성의 일이지 외무성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만 했다. 그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갈라만찬장으로 이동하면서 고노 외무상과
긴밀히 대화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때도 강 장관은 고노 외무상에 외무성 본부로부터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 물으며 교감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3자 회담에 배석자가 1명씬 낀 1+1+1 회담이 된 것도 고노 외무상의 요구였다는 후문이다. 미국은 당초 배석자 없이 장관들끼리만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길 원했고 우리도 같은 입장이었으나, 일본이 계속 +1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그런 생각(허심탄회한 회동)까지 할 정도였다는 것“이라며 그만큼 일본의 입장을 솔직하게 듣고 싶었던 의도였으나 고노 측이 이에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콕=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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