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만에 간첩 누명 벗은 ’제주 만년필 사건’ 3남매 모두 무죄 선고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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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피고인들 범죄의 증명 없는 경우에 해당"

50여 년 전 일본에 다녀온 가족에게서 북한제 만년필을 선물 받았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져 반공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받았던 이들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제주지법 형사2단독 이장욱 판사는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김모(2014년 사망)씨와 그의 여동생 김모(74)씨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제주지법은 지난 1월 김씨 남매에게 만년필을 선물한 김태주(2018년 사망)씨가 청구한 국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심 사건에서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1968년 당시 일본에 거주하면서 재일 조총련계 사람들로부터 만년필 몇 자루와 양복 등을 받은 사실이 있지만, 이들이 제일조총련계 대판부원이라는 점 등을 알면서 받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제주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고 김태주씨는 1963년 7월 육군 만기 제대 후 다음 달인 8월부터 농사개량구락부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후 농업기술연수생으로 선발돼 일본에 가게 된 김씨는 1967년 5월 북한 재일 조총련계 대판시 지도원 등에게 양복 1벌과 북 체제 선전용 만년필 3개를 선물 받았다.

제주에 돌아온 그는 얼마 후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만년필에 씌여진 ‘조선 청진’,‘CHULLIMA(천리마)’ 등의 문구가 이웃에 알려지면서 간첩 누명을 쓰게 됐기 때문이다. 김씨로부터 만년필 건네 받은 동생들도 갖은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일명 ‘제주 만년필 사건’ 당사자인 고 김태주씨가 51년 만에 억울함을 벗으면서 같은 혐의를 받아 그 동안 숨죽여 살아오던 그의 동생들도 함께 누명을 풀게 됐다.

이 판사는 “고 김태주씨의 구 반공법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도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이에 모두 무죄를 선고하고, 판결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고 판시했다.

【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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