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단 미사일 도발에… 美상원 군사위장까지 ‘핵 공유’ 힘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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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예산 주무르는 인호프 위원장… ‘국방대 보고서’에 긍정적 반응
동아태 소위원장도 “한미일 논의를”… 中견제 맞물려 ‘전술핵 재배치’ 부상
반대도 많아 실현은 산 넘어 산

미국 공화당 소속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사진)이 한국 및 일본과 ‘핵 공유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만하다”고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밝힌 것은 다른 인사들의 발언보다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방정책과 관련한 법안 및 예산을 주무르는 군사위 수장의 발언이라는 점에서다. 그의 발언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에 대해 미국 내에서 이런 논의가 더 많아지고 활발해졌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미국은 핵 정책과 관련해선 비확산을 최우선 순위로 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이어가며 핵 능력을 증강하는 과정에도 미국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물론이고 전술핵 재배치 요구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인호프 위원장이 이런 기류를 알면서도 한국 일본과 비전략적 핵 능력을 공유하는 방안을 담은 미 국방대(NDU)의 ‘21세기 핵 억제력: 2018 핵 태세 검토 보고서’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그만큼 북한 핵개발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인 것으로 보인다. 그의 발언도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도 이날 “미 행정부와 한국 및 일본과의 논의하에 이뤄져야 할 사안”이라며 국방대 보고서에 대한 검토 여지를 열어 놓았다.

최근 미 의회에서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 상원 군사위는 물론이고 외교위, 정보위의 각종 청문회에서는 더욱 강경한 대중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미국이 한국 및 일본과 전략적 핵 능력을 공유하는 방안은 안보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중국까지 겨냥할 수 있는 다목적 포석으로 의회에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다만 이런 반응을 의회의 전반적인 기류로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 비확산의 관점에서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상존하고 있다. 군사 분야에 정통한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실무급 장교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국방대 보고서가 미 행정부의 정책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설령 정책적 차원에서 검토가 이뤄진다고 해도 실제 집행까지는 넘어야 할 걸림돌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군 내부에서도 “전술핵이 한반도에 재배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분위기다. 군 관계자는 1일 “미 의회나 민간 차원에서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얘기지만 미 정부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며 “특히 미군이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전술핵 재배치가 아니라 유사시 한국군 전투기 등을 이용해 전술핵을 투하하는 진정한 의미의 핵 공유라면 미국이 이를 실현할 가능성이 더더욱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 등에 전술핵을 갖다 놓고 유사시 미군 전투기 등으로 이를 사용하는 전술핵 재배치 형태의 ‘반쪽 핵 공유’에 대해서도 군 내부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을 지척에 둔 한반도 전장 환경상 한반도 유사시 북한이 가장 먼저 전술핵이 보관된 기지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게 되는 등 남한에 전술핵을 두는 건 군사전략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많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손효주 기자
#미사일 도발#핵 공유#인호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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