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 분석 비웃듯 방사포 사진 공개…신형 400㎜ 가능성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1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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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매체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범사격 보도
한미, 탄도미사일 평가 유지하자 사진 전격 공개
기존 300㎜ 보다 탄두·사거리 늘린 신형 400㎜
이동식발사대 모자이크처리…혼란주기 위한 전술
대구경방사포-탄도미사일 경계 모호…분석 필요

한미 당국이 북한매체 보도에도 지난 31일 동해상으로 발사된 발사체를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기존 평가를 고수하자 북한이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사진 일부를 공개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돼 분석이 제한되지만 기존 300㎜ 방사포와 곳곳에서 차이가 보여 새롭게 개발 중인 신형 400㎜ 방사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1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보도하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전날 시험사격에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동식발사차량(TEL)과 사격 장면, 김 위원장의 참관 모습 등이 담겼다.

한미 정보당국은 지난 31일 북한이 쏜 발사체를 지난 25일 발사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것으로 규정했다. 북한 관영매체의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보도에도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기존 평가를 뒤집지 않은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매체 보도에 대해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비행특성을 갖고 있다”며 “현재까지 한미 정보당국은 새로운 형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비행특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북한은 한미 당국의 이 같은 분석을 기다렸다는 듯 불과 몇 시간 만에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한미가 방사포를 탄도미사일로 오인한 셈이어서 정보수집과 분석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북한매체가 공개한 사진 속 이동식발사차량과 유도탄 발사 모습으로 보아 기존에 북한이 보유한 300㎜ 방사포가 아닌 새롭게 개발된 400㎜ 방사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발사체의 두께도 300㎜ 방사포탄 보다 두껍고, 이동식발사차량도 차륜형이 아닌 궤도형이다. 원형 발사관 대신 사각형 구조의 발사관을 장착한 것으로 보인다. 발사관의 개수도 최소 2개에서 최대 6개 정도로 추정된다.

따라서 북한이 기존 300㎜ 방사포보다 사거리가 길고 화력이 보강된 400㎜ 방사포의 개발에 상당히 접근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동식발사차량과 발사대의 모습으로 미뤄 중국의 WS-2 다연장로켓과 유사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의 WS-2 다연장로켓은 400㎜ 방사포 발사관 6개를 장착하고, 최고 비행 속도 마하 5.6, 최대 사거리는 350㎞로 알려져 있다.

다만, 대구경 방사포의 유도장치부와 꼬리 날개는 WS-2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북한이 300㎜ 신형 방사포의 유도장치 등을 개량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로켓의 직경이 300㎜보다 더 굵어진 것 같고, 카나드(보조날개) 등을 봤을 때 300㎜ 방사포를 개량해 만든 방사포 같다”며 “발사대의 발사관도 2개로 보여지는데 직경이 커지면서 발사관의 수를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사진을 흐리게 해놓아 기존 300㎜와 비교하기 어렵지만 (유도탄) 하단 쪽 직경이 굵어 400㎜ 방사포로 보인다”며 “단정하기 어렵지만 중국의 WS-2를 기반으로 새로운 방사포를 개발한 것으로 예측해 본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사진을 공개하며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도 한미 당국의 분석에 혼란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미 당국이 북한이 개발 중인 신형 전술유도무기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동식발사차량의 종류나 발사관 개수, 유도탄의 제원 등을 의도적으로 감추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매체의 보도와 전문가들의 이 같은 평가에도 군 당국은 북한 발사체에 대한 기존 평가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합참은 “현재까지 지난 31일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는 신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라는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며 “북한이 공개한 사진은 추가적으로 정밀분석 중에 있다”고 전했다.

발사대와 비행궤적, 비행거리 만을 가지고 대구경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을 명확하게 구분짓기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의원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단거리 무기의 경우에는 포와 미사일 경계가 무너졌다”며 “(우리군도) MLRS 다련장포라고도 하고 ATACMS 전술지대지미사일이라고 하는 공동의 플랫폼을 쓰고 있어 같은 발사대와 플랫폼을 이용해서 다양하게 써먹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북한은 이미 300㎜ 방사포를 개발해서 사정거리를 170㎞까지 늘려왔고, 포를 미사일처럼 써먹는다”고 덧붙였다.

군 당국은 과거에도 북한의 대구경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을 놓고 분석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지난 2013년 5월18~20일 북한이 원산 부근에서 동해상으로 쏜 6발의 발사체를 두고 최초 KN계열 단거리 미사일로 판단했다가 신형 300㎜ 방사포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이 신형 400㎜ 방사포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향후 실전배치에 앞서 여러 차례 성능시험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용한 제원이나 국제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제재 등을 감안할 때 대량생산이 쉽지 않겠지만 향후 몇 년 안에 실전배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이미 300㎜ 대구경 방사포를 실전배치했고, 지난 2015년에는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며 “수차례 시험발사를 통해 사거리도 꾸준히 늘려왔기 때문에 이번에 250㎞를 비행하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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