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여성도, 가난한 사람도 자전거 위에선 평등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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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한스-에르하르트 레싱 지음·장혜경 옮김/232쪽·1만4000원·글담출판사

나의 허벅지 힘으로 내는 속도, 풍경과 함께 지나가는 바람…. 세그웨이나 전동킥보드의 등장에도 200년 전 발명된 자전거의 매력은 여전하다. 자전거가 사회, 문화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 책이다.

자전거의 탄생은 화산과 관련이 있다.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이 폭발하며 뿜어 낸 화산재로 지구의 기후가 급변했다. 유럽 역시 흉작과 기근으로 사람은 물론이고 말들도 죽어 나갔다. 이를 계기로 독일 서남부 바덴 공국의 산림관이던 귀족 드라이스가 수년 전 발명한 ‘드라이지네’(달리는 기계)가 말을 대신할 이동수단으로 각광받았다.

드라이지네는 페달과 체인만 없을 뿐 오늘날 자전거의 특징을 거의 그대로 갖고 있었다. 두 개의 바퀴를 가로지른 막대 안장에 몸을 싣고 다리로 땅을 박차며 나아갔고, 핸들과 브레이크도 있었다.

자전거는 이후 200여 년 동안 세상을 바꿨다. 19세기 후반 유럽 여성은 자전거를 타며 동반 남성 없이 외출을 시작했고,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여성을 얽어매고 있던 제약을 거부하는 상징적인 행위였다. 자전거는 세계적 스포츠가 됐고, 한동안은 사치품 소비를 대체했으며, 술과 담배 소비에 타격을 입혔다. 1973년 오일 쇼크 뒤에도 자전거 붐이 일었다. 저자는 “자전거는 돈이 많든 적든,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서 사회적 평등의 중요한 기초가 됐다”며 “사람들이 페달을 밟을 때마다 세상도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고 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한스 에르하르트 레싱#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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