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명 적정 교실에 39명… 신도시 ‘콩나물 학급’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인천 청라-검단-영종 등 신도시, 인구예측 잘못에 중학교마다 비상
선택교과 수업 사실상 불가능… “내년엔 급식실도 부족할판” 한숨
전문가 “새 학교신설 기준 마련을”

“공간은 없고 애들은 많고….”

인천 서구 청라신도시 A중학교 관계자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내년도 신입생이 들어오면 급식실도 부족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천 시내 신도시 지역 중학교들이 과밀학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A중의 특수학급을 제외한 일반 학급당 평균 인원은 38.7명에 달한다. 교육부에서 권고하는 적정규모 학급 인원인 25명을 훌쩍 넘는 수치다. 이 학교뿐만 아니라 청라, 검단, 송도, 영종 등 인천 지역 신도시 중학교들은 A중과 상황이 비슷하다.

이 지역 중학교들이 과밀학급이 된 것은 인구 추계를 잘못 예상했기 때문이다. 청라신도시는 건설 당시 9만 명의 인구를 예상했으나 이미 10만 명이 넘었다. 전문가들은 중소형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초중등생 자녀를 둔 가족이 많이 입주해 특히 중학교의 학급 과밀이 심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판 ‘콩나물 교실’은 아이들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다. 신도시 지역 학교들은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2015년 확정한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선택 교과 확대와 소규모 교육활동 다양화를 권고한다. 선택 교과를 다양화하면 한 반이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서 수업을 해야 한다. 인천 지역 신도시에 위치한 B중 관계자는 “운동장도 부족한 마당에 교실이 있겠느냐”며 “교실 8학급을 증축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과밀 학급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학교를 신설하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일선 교육청들은 교육부가 사실상 ‘학교총량제’로 학교 수를 관리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신도시에 학교를 1개 만들면 기존 학교 1개를 폐교하는 식이다. 실제로 인천시교육청은 2016년 영종신도시에 중산중 개교를 승인받을 때 2018년까지 중학교 1개교를 폐교하라는 조건을 받았다. 최근 들어서는 교육부가 도농지역의 소규모 학교들을 지원하는 ‘적정 규모 학교 육성’을 추진하면서 신도시 지역의 학교 신설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적정 규모 학교 육성과 학교 신설이 연동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완화하는 것은 맞지만 그 때문에 신도시 지역의 학교 신설을 막겠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학교 신설은 학령인구 변동 추이 등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엄기형 한국교원대 교육학과 교수는 “전체적인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일부 신도시 지역에는 꾸준히 학생 수가 증가해 학교가 부족한 만큼 학교 신설, 폐교 등 학교 배치 기준이 새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인천 신도시#과밀학급#중학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