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매매-사채 광고 뿌리 뽑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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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신관 회의실에서 전국 별정통신사 관계자들이 ‘성매매·사채 등 불법광고전화번호 이용 정지’에 도와 합의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경기도 제공
21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신관 회의실에서 전국 별정통신사 관계자들이 ‘성매매·사채 등 불법광고전화번호 이용 정지’에 도와 합의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경기도 제공
“27개 휴대전화 회선 가운데 22개는 저희 통신사에 등록되지 않았습니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 이달 초 불법 고금리 대부나 성매매 알선에 사용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휴대전화 회선 27개를 정지시켜 달라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요청한 뒤 들은 답변이다. 경기도가 지난달 이들 이동통신사와 ‘성매매·사채 등 불법광고 전화번호 이용정지를 위한 협약’까지 체결했지만 맥이 빠지는 순간이었다.

협약에 따라 이동통신 3사는 도가 요청하는 ‘불법광고 전화번호’를 3개월간 이용정지 조치한다. 이후 해당 번호 가입자가 불법광고에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이 번호를 자동 해지한다. 동일한 주민등록번호로는 신규 휴대전화 가입도 할 수 없다. 한 사람이 번호를 바꿔가며 불법광고 전화번호를 전단에 싣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도는 불법영업 광고를 위한 휴대전화 자체를 개설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협약의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에 등록하지 않은 불법광고 전화번호가 의외로 많다는 점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도 관계자는 “대부분의 불법광고 전화회선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봤는데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 말했다.

서민경제를 좀먹는 불법 사금융을 없애고 청소년을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주택가에서 이런 전단이 보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책 자체의 동력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대책 마련이 시급했다.

도는 이동통신사로부터 모바일 별정통신사업자(MVNO)에 등록하는 휴대전화 가입자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전국 37개 별정통신사 가입자(복수 가입)는 약 809만 명이었다. 이동통신 3사 가입자 약 6696만 명의 12%나 된다.

이동통신 3사의 무선통신망을 빌려 휴대전화 서비스를 하는 별정통신사는 이른바 ‘알뜰폰사업자’라고도 불린다. 음성이나 데이터 품질이 이동통신 3사보다는 떨어지지만 상당한 수준인 데다 통신료는 3분의 1 정도다. 이 때문에 불법 고금리 대부나 성매매 알선 같은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별정통신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첩보도 입수했다.

도는 이달 중순 과기정통부에 등록된 전국 37개 별정통신사에 이동통신 3사와 맺은 협약과 같은 내용인 ‘성매매·사채 등 불법광고 전화번호 이용정지’ 공문을 보내 협조를 구했다. 별정통신사들은 즉각 호응했다.

21일 도와 37개사 실무자들이 만났다. 실무자들은 “도에서 불법광고 전화회선 정지 요청은 어떤 방식으로 하나” “불법광고 전화회선을 모든 별정통신사에 한꺼번에 넘기는 것은 어떤가” 등 협조 방식과 내용을 물었고 도는 성의껏 답변했다. 결국 37개 별정통신사는 도가 요청하면 해당 전화번호 이용을 정지시키기로 합의했다. 한 별정통신사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런 요청을 받은 건 처음이다.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

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은 도내 21개 시군과 합동으로 불법광고 전단을 수거해 여기에 기재된 휴대전화 번호를 차단하고 있다. 길에서 불법광고 전단을 발견하면 공정특별사법경찰단 홈페이지에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경기도 콜센터에 신고하면 된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경기도#성매매#사채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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