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빅5 국가 모두 극우정당 급부상…유럽 정치 지형, 혼돈의 시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7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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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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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유럽이 탄생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극우 동맹당 대표 겸 부총리가 26일 밤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탈리아 제1당을 확정한 후 내놓은 소감이다. 23~26일 유럽연합(EU) 의회 선거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 정계를 지배한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과 중도좌파 유럽사회당(S&D)은 과반 의석에 실패했다. 대신 반(反)난민·반EU를 주창한 극우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녹색당 등이 차지해 유럽 정치지형도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정치질서 와해

유럽의회 선거는 28개 회원국 정당 투표를 해 전체 751석을 각국 인구 비례로 나눈다. 대부분은 개별국 총선과 따로 치러지지만 유럽 통합 가속 및 EU 집행본부의 중앙권력 확대로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개별국 총선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유럽의회는 EU의 연간 예산 1658억 유로를 의결하는데다 이산화탄소 규제 같은 환경 문제, 지적재산권 보호를 비롯한 관세 및 무역 문제 등에서도 EU 집행위원회와 공동 결정권을 갖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EPP와 S&D는 그간 연정을 구성해 과반(376석)을 점유하며 유럽 정치를 지배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과반에 실패해 큰 위기를 맞았다. EPP는 751석 중 179석, S&D는 150석을 차지하고 있다. 중도 자유민주동맹(ALDE)·레퓌블리크 앙마르슈 연합이 107석, 녹색당 및 자유동맹도 70석을 얻었다. 이 외 극우 유럽민족자유(ENF)와 유럽보수·개혁그룹(ECR)이 각각 58석, 자유와직접민주주의(EFDD) 56석 등이 뒤를 이었다. 즉 반EU 전선을 내세운 3개 정당이 결합하면 이들의 총합 의석은 172석으로 기존 2위 S&D를 넘는다.

이날 투표율은 51.0%로 1994년 이후 가장 높았다. 1979년 유럽의회 선거 시작 이후 줄곧 하락세이던 투표율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은 “영국이 EU를 떠나는데 어려움을 겪고, 러시아 중국 미국 등 외부 위협이 커지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높은 투표율의 배경을 분석했다.

● 각국 극우정당 급부상

EU 빅5 국가의 선거 성적표도 향후 EU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했다. 이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모두 반EU 극우 정당이 1위를 차지했다. 독일과 스페인에서는 각각 집권당이 1위를 차지했지만 역시 극우 정당의 돌풍이 거셌다. 동유럽의 헝가리와 폴란드도 EU 집행부와 사사건건 부딪쳐왔던 반EU 성향의 집권당이 1위를 차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통적인 중도 정당이 몰락하고 다수당이 분열하면서 향후 세금과 무역협상 등 민감한 정책을 결정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폴리티코유럽도 “향후 극우정당 의원들이 유럽의회에서 반대 토론을 신청하며 회의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에서 1위를 한 극우 브렉시트당은 이미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협상에 관여하겠다”고 선포했다.

브렉시트 혼돈을 수습하지 못한 영국 집권 보수당은 8.7%를 얻는데 그쳐 전국 단위 선거에서 창당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제1야당 노동당 역시 4위에 그쳤다. 프랑스의 전통 좌우 정당인 공화당(8.3%)과 사회당(6.7%)도 둘 다 한 자릿수 지지율로 5년 전 득표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독일은 집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1위를 지켰지만 유럽의회 역대 선거 최저 득표율을 면치 못했다. 특히 독일 사회민주당은 창당 후 최초로 국가단위 선거에서 3위로 밀렸다. 대신 친유럽 성향의 녹색당은 독일에서 20%가 넘는 득표율로 2위, 프랑스 3위, 영국에서는 보수당을 제치고 4위를 차지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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