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과 부진 민심 이반… 지지율 83%→46%로 뚝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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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세 세계 최고령 지도자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복귀 1주년

“어느 국가 지도자가 저보다 더 잘했는지 말해줄 수 있습니까?”

‘세계 최고령 국가지도자’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94)가 9일 총선 승리 1주년을 맞았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혹은 영국 프랑스 스페인 지도자보다 못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지난 1년을 높이 자평했다.

반면 미 CNBC 등 서구 언론은 “현재까지 국민들이 새 정부에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여론조사회사 므르데카센터에 따르면 그의 국정 지지도는 46%에 그쳤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5월 총리 취임 직후 지지율(83%)의 절반 수준이다.

1981∼2003년 22년간 총리로 재직했던 그는 나집 라작 전 총리의 부정부패를 심판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며 지난해 5월 야권연합 희망연대(PH) 후보로 나서 총선에서 승리했다. 61년 만의 정권교체이자 개인적으로는 15년 만의 총리 복귀였다. 야심 찬 일성과 달리 그 역시 눈에 띄는 경제 성과가 없어 민심 이반을 낳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해 6월 국민들이 ‘고물가 주범’으로 지목한 6%의 물품용역소비세(GST)를 폐지했다. CNBC는 경제 전문가들을 인용해 “GST 폐지는 정치적 실수이자 정부 재정 악화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51.8%인 상황에서 대책 없이 세금을 폐지해 정부 자금줄이 말랐다는 의미다. 별다른 성장 산업을 발굴하지 못하는 문제도 거론된다.

마하티르 정권이 말레이계 우대정책인 ‘부미푸트라’를 완화하려 시도하자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말레이계가 반발하고 있다. 다인종 다민족 다종교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62.0%), 중국계(22.0%), 인도계(7.0%), 오랑아슬리 등 원주민을 포함한 기타(1.0%), 외국인(8.0%) 등으로 이뤄져 있다. 마하티르 총리는 “인종, 피부색, 민족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ICERD)을 비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지난해 12월 말레이계의 반발로 이를 철회했다.

그가 중국의 21세기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채무함정 외교’ ‘신(新)식민주의’로 비판하다 중국과 손잡으려는 기미를 보인 것도 반대파의 비판 여론을 높였다. 그는 지난해 7월 일대일로의 핵심 사업인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의 공사 중지를 명령했지만 지난달 사업 규모를 축소해 재개하기로 했다. 중국이 말레이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야자 기름’의 핵심 수입국임을 의식한 조치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한다. 마하티르 총리 본인도 “일대일로 사업 재개를 통해 대중국 야자 기름 수출을 늘리겠다”고 했다.

다만 ‘부정부패 척결’은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는 올해 1월 “5년 내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며 ‘국가부패척결계획(NACP)’을 발표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9일 “과거에는 부정부패가 심했지만 이제는 거의 없다”며 내년부터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이반#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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