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어르신들, 카네이션 달고 환한 웃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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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어버이날 효사랑 큰잔치, 홀몸노인 120명 식사대접-나들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어버이날 효(孝)사랑 큰잔치’에서 후원 기업 및 단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제공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이 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어버이날 효(孝)사랑 큰잔치’에서 후원 기업 및 단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제공
“바깥양반이 죽었을 때 애들이 장례식장에 안 왔어. 내가 돈이 없어서 그런지….”

이정례 씨(92·여)가 눈가를 훔쳤다. 이 씨가 남편과 사별한 건 9년 전. 네 아들과의 마지막 왕래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혼한 셋째와 막내를 대신해 키운 손자손녀도 독립해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 이 씨는 “늙은이 혼자 두고 다들 어디서 뭐 하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어버이날인 8일 보건복지부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이 씨를 비롯한 홀몸노인 120명을 초청해 ‘어버이날 효(孝)사랑 큰잔치’를 열었다.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였다. 이날 1년여 만에 거주지인 경기 동두천시 밖으로 나왔다는 이 씨는 행사 시작 1시간 전 행사장에 도착해 즉석인화 사진을 찍고 자원봉사자에게 네일아트를 받았다.

45년 전 이혼한 뒤 자녀들과 왕래가 끊긴 배기숙 씨(80·여)도 모처럼 왼쪽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았다. “혼자 지낸 지 오래돼 쓸쓸한 줄도 모르고 살았다”는 배 씨는 식사 뒤 예정된 서울 남산과 고궁 나들이를 위해 흰색 벙거지 모자를 준비해 왔다. 올해 팔순을 맞은 그는 칠순과 팔순을 맞은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케이크를 자르며 환하게 웃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홀로 사는 어르신은 정서적 고립과 사회적 관계 단절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어르신들이 예우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복지부는 경동제약㈜, 한국머크와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독거노인 사랑잇기는 홀몸노인에게 후원물품을 지원하고 돌봄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동아일보는 지난해부터 이 사업에 참여해 올해 7500여 명의 홀몸노인에게 무료로 신문을 배달하고 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효사랑 큰잔치#홀몸노인#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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