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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8000억 걷히는 교통범칙금, 교통안전엔 한푼도 안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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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8000억 걷히는 교통범칙금, 교통안전엔 한푼도 안쓰인다

서형석 기자 입력 2019-04-16 03:00수정 2019-04-1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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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운전 1000명을 살린다] <4> 뒷전 밀리는 교통안전 시설 보강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한남∼양재 6.8km 구간의 콘크리트 중앙분리대 높이는 약 80cm다. 1.3m인 양재∼부산 구간보다 50cm 정도 낮다. 1990년대까지는 전국의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높이가 80cm였다. 그러다가 버스나 화물차 같은 대형 차량이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 차로로 진입하는 사고를 막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2000년대 초반부터 분리대 높이를 1.3m로 올리는 작업이 시작됐다. 그런데도 한남∼양재 6.8km 구간의 분리대 높이는 여전히 80cm다. 2002년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이 구간 관할권을 넘겨받은 서울시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분리대 개선사업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남∼양재 6.8km 구간 중앙분리대 양옆으로는 전용차로를 이용하는 버스들이 하루 14시간(오전 7시∼오후 9시) 동안 마주보고 달린다.

한남∼양재 구간 중앙분리대처럼 개선이 시급한 교통안전 시설이 전국 곳곳에 있다. 하지만 관련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제때 개선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교통안전 예산 수요 증가



2014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행정안전부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안전 신문고’에 접수된 신고의 29.2%인 22만3139건이 교통안전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시설안전(39%)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고, 세 번째인 생활안전(11%)보다 2배 이상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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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증 자진반납제를 시행 중인 지자체에서는 면허를 반납하려는 고령 운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15일 70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면허증을 반납할 경우 10만 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지급하기로 하고 1000명분을 준비했다. 그런데 운전면허를 반납하겠다는 운전자가 보름 만에 3000명이 몰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가경정예산으로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는 모든 운전자에게 교통카드를 지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는 65세 이상 운전면허 보유 시민 중 1%만 면허를 반납한다고 해도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9억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를 시행 중인 다른 지자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령 운전자의 면허증 자진반납제처럼 교통안전을 위한 예산 수요는 늘고 있다. 야간에 잘 보이지 않는 차선, 반사경이 없는 곡선 구간의 시야 사각지대, 노후한 방호울타리, 부족한 과속단속 카메라처럼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지금보다 1000명 줄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맞추려면 예산이 투입돼야 할 곳이 많다.

상황은 열악하다. 지난해 17개 광역지자체가 각 지방경찰청에 요청한 교통안전시설 예산은 모두 5390억 원이었다. 광역지자체들은 회전교차로 확충, 어린이 통학로 보도 설치, 횡단보도 등 차선 재도색 등에 필요하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요청액의 87.4%인 4713억 원만 지급됐다. 부산은 107억 원을 신청해 76억 원(71.5%)을 받았고, 경남과 경북은 각각 신청액의 67.7%와 62.4%를 받는 데 그쳤다.

곳간엔 여유가 있다. 지난해 경찰은 과태료와 범칙금으로 7985억 원을 거둬들였다. 2015년 이후 매년 8000억 원가량이 과태료와 범칙금으로 걷히고 있다. 운전자들은 이 돈이 교통안전을 위해 재투자될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 돈은 교통안전과는 관련이 없는 일반회계로 편입된다.

○ 교통안전 시설 위한 특별회계 필요

해결책으로는 ‘교통안전시설 특별회계’가 제시된다. 교통안전과 관련한 시급한 투자를 위해 과태료와 범칙금 수입의 20%가량은 교통안전을 위해서만 쓸 수 있도록 별도의 예산을 두자는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국내에서도 2003∼2006년 ‘자동차교통관리개선 특별회계’를 도입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안전 개선, 보행로 설치, 무인단속 카메라 설치 등의 사업을 전국적으로 벌인 적이 있다.

국회에서도 특별회계 도입에 대한 공감대는 마련돼 있다. 여야가 발의한 법안들이 현재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가 거세다. “경찰청의 요구를 받아 연간 28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주고 있으니 별도 회계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게 기재부 측 논리다. 여기에는 교통안전과 상관없는 계약직 인건비 등이 포함돼 있고, 고령 운전자 대책 같은 새로운 현안은 반영돼 있지 않다.

○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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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교통범칙금#교통안전#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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