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선사시대 랜드마크’로 자리잡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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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거리박물관 등 조성, 2만년전 대구의 삶터 널리 홍보
상반기엔 프리마켓-체험축제 열어 지역민의 삶에 활력 불어넣어

19일 대구 달서구 상화로의 인도 옆 화단에 조성된 선사시대 거리박물관의 무문토기 조형물을 시민들이 관람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 제공
19일 대구 달서구 상화로의 인도 옆 화단에 조성된 선사시대 거리박물관의 무문토기 조형물을 시민들이 관람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 제공
19일 오후 대구 달서구 도시철도 2호선 진천역 3번 출구. 역으로 향하는 계단 지붕에 가로, 세로 각각 2.5m쯤 되는 둥근 대형 토기가 얹혀 있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토기의 3분의 1쯤 되는 부분이 지붕에 박혀 있다. 바로 옆 엘리베이터 지붕 모서리에는 비슷한 크기의 대형 옥색 목걸이가 걸려 있다. 인근 상화로 보도의 화단에도 높이 3m가량의 돌칼이 비스듬하게 꽂혀 있다. 지나던 시민들은 신기한 듯 힐끔힐끔 쳐다보거나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다소 생뚱맞게도 보이는 이 조형물들은 달서구 일대에서 출토된 선사시대 유물과 똑같은 형태로 만든 것이다. 달서구 월배로와 상화로 일대 7곳에 이런 대형 유물 모형이 놓여 있다. 거리가 거대한 야외박물관이 된 듯하다. 진천역에서 만난 대학생 정모 씨(23)는 “지나가다가 궁금해서 자세히 살펴봤다. 내가 사는 동네 주변에서 출토된 유물들이라고 하니 마을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달서구는 지난해 8월부터 이달 14일까지 2억3000만 원을 들여 이 일대에 ‘거리박물관’을 조성했다. 그동안 역사책에서나 보던 선사시대 유물을 시민들이 쉽게 접하게 하고 학생들에게는 생생한 교육의 장(場)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인구가 60만 명 가까이 되는 달서구는 상인동과 월성동 진천동 일대에 고인돌이 발견됐고 도시 개발 과정에서 청동기시대 유물이 다량 출토됐다. 선사시대 고장임을 널리 알려 관광 브랜드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달서구의 역사적 자부심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전시물은 붉은간토기와 무문토기, 대롱옥목걸이, 좀돌날몸돌, 마제석검 같은 청동기시대 유물을 실물 10배 크기로 만든 모형이다. 진천역에는 유물 발굴 장면 등을 입체적으로 재현한 트릭아트 형식의 작품 6점도 전시했다. 이 전시물들은 박물관과 문화재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공간을 초월한 듯한 표현기법을 써서 재미를 더했다. 지상 전시물은 하늘에서 유성처럼 떨어진 듯하게, 지하 전시물은 유물을 발굴하는 느낌으로 표현했다.

선사시대 유물의 거리 전시를 기획한 광고기획자 이제석 씨는 “하늘의 축복과 행운을 받아 선사유물이 대거 발견된 달서구라는 것을 알리고자 ‘로또 맞은 동네’라는 콘셉트로 기획했다”며 “땅 속 깊이 잠든 역사가 땅 위로 나와 지역에 생명력을 불어넣길 바란다”고 말했다.

달서구는 지난해까지 4억5000만 원을 들여 진천동 선사유적공원 주변에 길이 20m, 높이 6m의 깊이 잠든 원시인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원시인이 돌망치로 두들겨 구겨진 것처럼 보이는 안내판, 벽화 등 다양한 조형물로 꾸민 선사시대로(路)를 조성했다. 선사시대로와 이번에 조성한 거리박물관을 연결해 관광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선사유적공원 주변에 유물 관련 콘텐츠를 늘리고 올 상반기(1∼6월) 프리마켓과 체험축제도 연다. 선사시대로 관광기념품과 네이밍 공모전도 계획 중이다. 선사문화체험관도 짓는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거리박물관 조성을 통해 2만 년 전 대구 지역 삶터로서의 달서구가 역사와 관광의 중심이 되도록 하면서 유쾌하고 독특하게 지역민 삶에 활기를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달서구#선사시대 거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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