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한 리더십 돋보인 39세 뉴질랜드 女총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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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테러에 의연하게 대처… 히잡 쓰고 무슬림공동체 위로

16일 히잡을 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하루 전 테러가 발생한 크라이스트처치의 무슬림 공동체를 찾아 위로하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AP 뉴시스
16일 히잡을 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하루 전 테러가 발생한 크라이스트처치의 무슬림 공동체를 찾아 위로하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AP 뉴시스
“결코 테러범의 이름을 부르지 않겠다. 테러범의 악명만 높아진다. 범인보다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자.”

15일 뉴질랜드 테러 후 피해자 위로 및 신속한 사태 수습에 나선 저신다 아던 총리(39)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아던 총리는 19일 수도 웰링턴 의회 연설에서 “사람의 목숨을 뺏은 이의 이름보다 목숨을 잃은 이들의 이름을 말해야 옳다. 나에게 범인은 이름 없는 존재”라고 외쳤다. 그는 연설 말미에 ‘여러분에게 평화를’이란 뜻이 담긴 아랍어 ‘앗살라무 알라이쿰’을 언급해 주목받았다.

아던 총리는 “22일을 ‘무슬림의 날’로 선포하자”며 “희생자 50명 전원의 장례비를 정부가 전액 부담하겠다”고 했다. 이슬람 관습에서는 주검을 빨리 수습하지만 신원 확인이 늦어지고 검시 과정 등이 지체되면서 아직 한 명도 장례 절차를 밟지 못했다. 그는 “이번 테러가 무슬림 이민자 때문”이라고 망언한 프레이저 애닝 호주 상원의원에게 “수치스러운 줄 알라”고 일갈했다.

그는 용의자 브렌턴 태런트(29)가 생중계로 내보낸 살상 동영상이 퍼지지 않도록 해 달라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회사를 질타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는 ‘편집인’이지 ‘우편배달부’가 아니다. 책임지지 않고 수익만 낼 순 없다”고 비판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이에 동조했다.

아던 총리는 이날 연설에 앞서 히잡을 쓰고 웰링턴의 무슬림 지도자들을 만났다. 테러 발생 다음 날인 16일에도 히잡을 쓰고 사건이 발생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을 찾았다. 백인 여성이자 이슬람 신자가 아닌 그의 무슬림 위로 행보에 세계가 찬사를 보낸다. 파키스탄 이민자 후손인 사디크 칸 영국 런던시장은 트위터에 아던 총리가 무슬림 여성을 껴안은 사진을 올리고 ‘감동적’이라고 썼다. 그의 이름과 마니아를 결합한 ‘저신다마니아(Jacindamania)’ 열풍도 분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2017년 10월 취임한 그는 정부 내 직책을 맡은 적이 없는 ‘벼락 총리’였다. 당시 소속 노동당 대표가 지지율 부진으로 전격 사임하자 당 대표를 맡았다. ‘뉴질랜드의 힐러리’로 불리며 주목받았지만 주택난 등 경제 상황 악화로 지지율 하락에 직면했고 이번에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뉴질랜드 총기테러#저신다 아던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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