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동화]식량문제 해답, 보리에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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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미세먼지 탓에 맑은 하늘 보기가 어려워졌으나 그래도 봄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벌써 남녘에서는 논밭에 심어놓은 보리가 한 뼘씩 자라 5월이 되면 초록 보리 물결이 장관을 이룰 것이다. 보리는 1970년대까지도 연간 150만∼200만 t씩 생산되며 부족했던 쌀을 대신하는 효자 식량자원이었다. 보리 수확을 기다리는 보릿고개라는 말이 굶주림과 기다림의 대명사였고 ‘가난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후 2012년부터 정부수매 중단과 식생활 고급화로 보리 소비가 급감하면서 연 생산량이 2012년 9만4000t에서 지난해 7만8000t으로 줄었다. 생산량이 이렇게 줄어든 이유는 소비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1970년 국민 1인당 연 소비량은 33.3kg이었으나 2016년 1.4kg으로 줄었다. 현재는 겨우 건강식품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식량사정은 녹록지 않다. 총 식량자원 생산량은 25억 t으로 70억 인구를 먹이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인도의 생활수준 향상으로 곡류, 육류 소비는 앞으로 빠르게 늘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 식량생산 여건이 불리한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24%(사료작물 포함)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쌀이 조금 남아돈다고 식량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시각은 위험하다.

보리는 장점이 많다. 겨울에 비어 있는 땅을 활용하면 재배관리가 쉽고, 농약이 필요 없는 대표적인 곡물이다. 추가 농가소득도 올릴 수 있다. 보리의 기능성에 초점을 맞추면 소비처를 크게 확대할 수 있다. 보리는 어느 곡류보다도 많은 기능성 성분을 갖고 있다. 특히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대장암(암 발생순위 3위)을 식이섬유 공급으로 예방할 수 있으며 국민의 3분의 1 정도가 달고 사는 당뇨병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보리의 가장 큰 단점은 식감, 즉 맛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여러 품종과 가공 기술을 이용하면 충분히 맛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제분하면 면 제품에 일정량을 넣을 수 있고 과자와 빵으로 만들어 차별화된 건강식품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다. 또한 어린 싹은 최고의 기능성 소재로 알려져 있고, 불태워 버리는 보릿대는 우수한 천연섬유원으로 개발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세계 식량파동을 대비해 국가적 차원에서 보리 종합이용계획을 세워 생산 기반을 다지고 생산량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식량 자급률을 1% 높이는 데 1조 원이 든다고 하는데 한국은 이미 기반을 갖춘 보리에 약간의 투자와 관심을 쏟는다면 손쉽게 증산이 가능하다. 또 농가소득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렇듯 보리에서 식량문제와 국민 건강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다. 보리밥을 먹고 뀌는 방귀는 건강의 청신호라고도 하지 않던가.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보리#미래 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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