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흔드는 ‘코언의 입’… “광범위한 위법행위” 美의회서 폭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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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음해 e메일 공개 미리 알아… 여성들 입막음용 돈 전달 지시도”
美언론 일제히 톱뉴스 대서특필… CNN “한방은 없지만 트럼프 타격”
트럼프 “코언 증언 95%가 거짓말, 이같은 마녀사냥 다시는 없어야”

“그는 사기꾼이다.” 10여 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일했던 마이클 코언이 지난달 27일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2016년 대선 기간에 트럼프 캠프가 저지른 불법 행위 의혹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그는 사기꾼이다.” 10여 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일했던 마이클 코언이 지난달 27일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2016년 대선 기간에 트럼프 캠프가 저지른 불법 행위 의혹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뿐 아니라 당선 후에도 광범위한 위법 행위를 저지르며 거짓말을 일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53)의 지난달 27일 하원 청문회 증언이 미국 주요 언론의 톱뉴스 자리를 차지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시작된 이후에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 등은 인터넷 뉴스사이트 톱을 코언 관련 기사로 유지했다. 회담 기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 기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언 청문회에 관한 질문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세계의 시선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쏠린 와중에 미 언론이 코언 청문회 보도에 비중을 많이 둔 데에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 선거 기간과 재임 중에 저지른 중대한 위법 행위는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의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 중대 사안이기 때문이다. CNN은 “코언이 민주당의 기대만큼 ‘확실한 한 방’을 터뜨려 주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흔들 상세하고 확실한 증언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코언은 2006년부터 10여 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로 일하며 온갖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처리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하원 정부감독 및 개혁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내놓은 증언의 요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어진 코언의 증언 내용 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큰 발언은 “2016년 대선 당시 상대편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은 e메일을 대량으로 해킹하고 공개하는 계획을 트럼프 후보가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외도를 벌인 여성들의 폭로를 막기 위해 불법적으로 거액의 돈을 주도록 지시했다”는 말도 중대 사안에 해당한다.

대선을 앞두고 측근의 e메일 5000여 건이 해킹돼 위키리크스에 공개되면서 클린턴 후보는 연방수사국(FBI) 수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당시 트럼프 후보는 “모두 위키리크스에 들어가 클린턴의 수치스러운 모습을 확인하라”고 부추겼다. 클린턴은 낙선 후 “e메일 스캔들과 FBI 수사가 최대 패인이었다”고 돌이켰다.

이와 관련해 코언은 “대선 당시 공화당 캠프 비선 참모였던 로저 스톤이 트럼프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클린턴에게 피해를 입힐 대량의 e메일을 곧 공개할 것’이라고 미리 알렸다”고 증언했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클린턴 캠프의 e메일을 러시아 정보기관이 해킹해 위키리크스에 자료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1월 스톤을 기소하고 구금했다.

코언은 또 “대선 후보 시절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 플레이보이지 모델 캐런 맥두걸에게 입막음용으로 거액의 돈을 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두 건 모두 선거자금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다.

코언은 “여성들에게 건넨 수표에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트럼프 그룹의 재무책임자가 서명했다”며 사본을 제시했다. 스캔들 입막음용 자금 지출을 대선 캠프가 미리 알고 승인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내가 여성들에게 대신 지불했던 입막음용 돈을 갚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중인 2017년 8월 1일 3만5000달러짜리 개인 은행계좌 수표에 서명했다”며 관련 사본을 제출했다. 코언은 “양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의뢰인의 불법 행위 은폐를 도운 나 자신이 부끄럽다”며 이따금 울먹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하노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언의 증언은 내가 러시아와 내통하지 않았다는 부분만 빼고 95%가 거짓말”이라며 “이 같은 마녀사냥을 미국 대통령이 다시 겪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트럼프#트럼프 대통령#마이클 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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