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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고 또 맞고… 공포에 떠는 택시 운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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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고 또 맞고… 공포에 떠는 택시 운전사

김정훈 기자 , 한성희 기자 입력 2019-02-13 03:00수정 2019-02-13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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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든 밤이든 음주 승객 폭행… 주먹질 넘어 돌로 목 찌르기도
“술 마셔서…” 솜방망이 처벌 일쑤
“운전석 격벽 설치” 목소리 커져
지난해 10월 20일 낮 3시경. 서울 중랑교 위를 달리던 택시 한 대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리고 택시 운전사 이모 씨(53)가 황급히 뛰쳐나왔다. 목에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뒷좌석에 타고 있던 승객 정모 씨(37)도 따라 내렸다. 술에 잔뜩 취한 정 씨 손엔 날카롭게 깎인 피 묻은 돌이 쥐여 있었다. 택시에서 내리기 전 정 씨는 이 돌로 운전사 이 씨의 목을 찔렀다. 지난달 14일 서울 노원구에서는 술에 취한 승객 원모 씨(49)가 목적지를 묻는 택시 운전사 양모 씨(64)에게 다짜고짜 욕을 하며 얼굴을 폭행한 일도 있었다.

술에 취한 승객들의 잇따르는 폭행으로 택시 운전사들이 불안과 공포 속에 운전대를 잡고 있다. 택시 운전사 이경훈 씨(68)는 “낮이든 밤이든 술에 취한 손님이 타면 불안해 운전에 집중할 수가 없다”며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나도 언제든지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처럼 음주 승객에 의한 택시 운전사 폭행 사건이 잇따르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글들이 여러 건 올랐다. 최근 술에 취한 승객이 60대 여성 택시 운전사를 마구 때린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달 10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탄 김모 씨(40)가 운전사 이모 씨(60·여)를 폭행해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힌 사건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인은 ‘대중교통 운전사를 폭행하는 사람에겐 매우 엄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써 500여 명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은 가중처벌 대상이어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음주 폭행 가해자에게 ‘주취감경’ 등의 사유를 적용해 가볍게 처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제주 서귀포시에서는 술에 취한 50대 승객이 택시 운전사에게 뇌진탕의 상해를 입혔지만 법원은 지난해 9월 동종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무법인 서담 김의지 변호사는 “이런 범행을 엄벌하려고 가중처벌 조항까지 만들었지만 구속될 정도가 아니라면 대개 집행유예가 선고된다”고 말했다. 운전자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도 차량 정차 중에 발생한 폭행은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운전사 양 씨와 60대 여성 운전사 이 씨 모두 택시가 멈춰 있을 때 폭행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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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대중교통 운전사에 대한 폭행 가해를 엄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피해 예방을 위한 선제적인 조치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택시 운전사들이 음주 승객들의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된 환경을 바꾸기 위해 ‘택시 내 격벽’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훈 hun@donga.com·한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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