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 띠의 해, 농구인생 황금기를 꿈꾸는 조성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2월 1일 05시 30분


황금돼지해를 맞은 ‘돼지띠’ 조성민의 올해 꿈은 프로 생애 첫 우승이다. 창원 LG에서 베테랑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조성민은 “황금돼지의 해인만큼 나에게도 복이 깃들었으면 한다”고 소박한 바람을 말했다. 사진제공|KBL
황금돼지해를 맞은 ‘돼지띠’ 조성민의 올해 꿈은 프로 생애 첫 우승이다. 창원 LG에서 베테랑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조성민은 “황금돼지의 해인만큼 나에게도 복이 깃들었으면 한다”고 소박한 바람을 말했다. 사진제공|KBL
‘조선의 슈터.’

창원 LG 슈터 조성민(35)을 일컫는 말이다. 오랜 기간 국가대표 슈터로 활약하면서 멋진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에 붙었다. 국가대표팀의 슈터로 시원한 외곽슛을 터뜨린 ‘조선의 슈터’도 세월의 흐름 속에 어느 덧 30대 중반의 베테랑이 됐고 국가대표 자리도 후배들에게 물려줬다.

우리나이로 서른여섯살인 조성민은 프로무대에서는 아직까지 우승경험이 없다.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정규리그 중반까지 잠잠했던 그는 2019년 들어 무섭게 3점슛을 폭발시키고 있다. ‘조선의 슈터’의 재림이다. 1983년생 돼지띠인 조성민은 황금돼지의 해인 2019년, 우승을 통해 농구인생의 황금기를 맞기를 기대하고 있다.

-황금돼지띠의 해인데, 연초에 운수를 본적이 있나?

“그런 걸 안보는 편이다. 그냥 황금돼지띠의 해라고 하니까 나에게도 복이 좀 들어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12년 전 24살 돼지띠의 해를 기억한다면?

“아마 신인으로 첫 시즌(2006~2007시즌)을 소화한 시기로 기억한다. 그 때는 훈련하고 경기 일정 따라다니기 바빴던 것 같다. 꿈에서만 그리던 프로생활을 하게 됐으니 경기 일정 소화하는 것 자체에 마냥 즐거웠다.”

LG 조성민. 사진제공|KBL
LG 조성민. 사진제공|KBL

-사실 신인 때 조성민은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드래프트에서 8순위로 뽑혔다. 당시 드래프트 동기 중에서 나랑 이현민(KCC)만 남았다. 그 때는 오랫동안 농구를 하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냥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일단 그 꿈은 아주 제대로 이뤄냈다.

“하하, 맞다.”

-신인 때는 슈터가 아니었다.

“그렇다. 상대 스윙맨을 수비하고 속공에 가담하는 역할이었다. 당시 KTF(현 KT) 감독이었던 추일승 감독님이 악착같이 수비하는 모습을 보고 뛸 기회를 많이 주셨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양)동근이 형의 득점을 줄이는 수비 역할을 했다.”

-슈터로 자리 잡은 것은 상무(국군체육부대) 제대 이후다.

“제대했을 때 전창진 감독님이 KT 감독으로 계셨다. 그 때 모션 오펜스를 배우면서 농구가 늘었다. 5명이 전부 움직이면서 찬스를 만들어가는 시스템이었다. 전 감독님이 스윙맨들의 슈팅 훈련을 위해 만드신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게 엄청 힘들다. 그 연습이 지속되면서 슈팅에 자신감이 생겼다.”

-24살 돼지띠의 해와 36살의 돼지띠의 해를 맞는 사이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는다면?

“대표팀에서의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이랑 그해 여름에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은 잊을 수가 없다. 그 때 농구장을 찾은 팬들이 엄청 많았다. 팬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선수들 모두가 신나서 뛰었던 것 같다. 경기 이외의 부분에서는 딸이 태어난 것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아빠가 된 이후 생각이 달라졌나?

“지금도 그렇지만, 늘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나서니까 더 책임감도 생기는 것 같다.”

-2, 3년 전부터 ‘조성민이 노쇠했다’는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어떤 심경인가?

“기분이 좋을 수는 없다. 그런 얘기를 안 듣기 위해서 몸 관리를 더 잘해왔다. 농구가 잘 안되니 자꾸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도 경험이고 인생 공부라고 생각하면서 견뎠다. 이 시기를 겪으면서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것을 느꼈다. 그래도 아직은 리그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LG 조성민. 사진제공|KBL
LG 조성민. 사진제공|KBL

-프로에서는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신인 첫 해 챔피언결정전을 갔으니 또 기회가 오리라고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KT에 있을 때 우승 전력의 멤버 구성을 갖춘 시즌은 없었지만 플레이오프(PO)는 매번 나갔다. 그래서 ‘플레이오프는 무조건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4, 5시즌 동안 PO를 못가고 있다. PO 나가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싶다. 지금 우리 팀이 PO 순위 싸움을 하고 있다. 매 경기 승패에 따라 순위가 바뀐다. 연승을 하면 단숨에 순위가 올라가지만, 연패하면 바로 하위권으로 떨어진다. PO 나가는 것이 참 어렵다.”

-전성기 기량을 유지할 때 우승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올 시즌이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서 아쉽다. 지난 시즌도 아쉬웠다. LG 이적 후에는 늘 좋은 선수 구성이었으니까…. 우승을 하고 싶은데 나는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간다. 다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의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지금 우리 팀 전력이라면 강팀들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최근 경기력이 좋아진 이유가 있을까?

“선수들이 서로 커버를 잘 해준다.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코칭스태프도 준비하고 고민하고 노력한다. 이런 부분이 잘 맞아 떨어져서 경기력이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빅맨들이 스크린도 많이 서주니까 자연스럽게 찬스도 많이 난다. 내가 기량이 나아질 나이는 아니다. 그보다는 지금의 컨디션과 감각을 잘 유지해야 할 것 같다. 아까 말했듯이 황금돼지의 해가 아닌가. 복 좀 많이 받아서 우승했으면 좋겠다.”

-12년 후 돼지띠의 해가 돌아올 때 48살의 조성민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글쎄, 너무 먼 이야기라…. 그 때에도 농구계에서 일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프로농구 발전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사람으로 나이를 먹어가고 있기를 바란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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