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쪼개기 후원’ 의혹 사실로…임원진 횡령 정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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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31일 06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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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실태조사 발표, 고발˙수사의뢰 예정
“효력없는 정관으로 뽑힌 이덕선 이사장 대표권 없어”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 서울교육청 관계자들이 실태조사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DB)© News1
지난해 12월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 서울교육청 관계자들이 실태조사를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DB)© News1
서울시교육청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서 다수의 문제가 적발됐다. 일각에서 제기된 정치권 ‘쪼개기 후원’ 정황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효력없는 정관으로 이사장을 선출하고 임원진의 배임과 횡령 정황도 밝혀졌다.

서울시교육청은 31일 ‘한유총 실태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지난해 12월12일부터 21일까지 8일간 실시됐다. 조사는 크게 Δ이사장 선출절차 Δ정관의 효력 Δ회계 집행과정 Δ목적사업 수행 등을 들여다봤다.

우선 정치권 쪼개기 후원이 일부 사실로 나타났다. 한유총은 회원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기부한도를 넘기지 않는 범위 내의 후원 금액을 안내하고, 자신들에 우호적인 국회의원들의 계좌번호를 제시했다. 실제로 회원 다수가 후원금을 입금했고 의원들이 후원금을 돌려준 정황이 확인됐다.

반대로 처음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를 제기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인 휴대폰번호와 의원실 전화번호를 대화방에 공개해 회원들에게 항의하도록 독려한 정황도 파악했다. 일부 지회는 지난해 11월 광화문광장서 열었던 총궐기대회와 관련해 ‘4명을 못 데려 올 경우 1인당 후원비 10만원씩 각출하기로 결의했다’는 내용을 단체 대화방에 띄우기도 했다.

이사장 선출절차와 정관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덕선 현 이사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교육청으로부터 허가받은 정관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개정한 임의 정관을 적용했다. 권한이 없는 이사들이 정한 대의원들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덕선 이사장은 임의 정관을 사용해 사무집행 효력이 없는 이사들이 정한 대의원들에 의해 선출됐다”며 “이덕선 이사장에게는 대표권이 없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한 허가받은 정관에 명시되지 않은 목적사업을 추가로 등기하고, 재적이사 38명중 27명이 등기되지 않은 것도 확인했다. 분사무소 13곳의 바뀐 소재지도 등기하지 않았다.

회계 관리에서도 구멍이 많았다. 물품이나 용역비 명목으로 지불한 총 3억5453만원에 대해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지 않았다. 특히 내부 이사가 소개한 특정업체와 9년 동안 이같은 방식으로 총 1억4404만원 상당의 거래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임원진들의 횡령·배임 정황도 밝혀졌다. 2016~2017년 사이 한유총 회비에서 나간 강의료와 지회교육비 200만원을 전 이사장과 전 서울지회장에게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목적이 분명치 않은 지회 육성비를 각 지회에 나누는 과정에서도 인천지회장과 서울지회장이 각각 2500만원과 1400만원을 개인 계좌로 받았다. A 전 이사장은 이와 별개로 지회가 아닌 오산지역회 육성비 명목으로 현금 3000만원을 받았다. A 전 이사장의 후임이었던 B 이사장 직무대행은 2017년 한유총 특별회계 계좌에 일정 금액을 입금하고, 그보다 많은 금액을 자기 계좌에 넣는 방법으로 660만원을 챙겼다.

서울시교육청은 또한 회비 대부분이 유치원 교비회계에서 납부되는 만큼 교육을 위해 직접 사용하지 않은 것을 문제로 봤다.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이 연간 36억5000만원 가량을 아이들 교육에 쓰지 않고 한유총의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유총은 이 밖에도 2018년 11월부터 실태조사가 이뤄진 12월12일까지 후원금 명목으로 10억원 안팎의 특별 회비를 조성했다. 회계장부나 관련 서류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법인 운영을 신고할 당시 밝혔던 목적에서 벗어난 사업도 펼쳤다. 본래 한유총은 1995년 법인 허가 당시 ‘연구·개발·학술 등 교육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법인으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유총은 사유재산 공적이용료 추진 사업이나 사립유치원 생존권을 위한 유아교육자 대회 사업, 교육자 궐기대회 사업 등을 진행했다. 교육청은 “회원들의 특수 이익 추구를 위한 사업 중심으로 법인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정관에 명시된 사업을 하는데 쓰인 회비는 전체 회비 중 평균 8% 규모에 불과했다.

◇임의 정관 폐기 등 시정조치 요구, 조희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

서울기교육청은 임의 정관을 폐기하도록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허가된 정관에 의해 이사들과 이사장을 다시 선출할 것도 요구했다. 부실한 법인 등기에 대해서도 허가된 정관에 의한 내용을 등기하도록 하고 과태료 부과대상임을 관할 등기소에 통보했다.

세금계산서를 받지 않은 것도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해 관할 세무서에 통보했다. 지회육성비를 임의로 지급받은 이사장 등 관련자 5명에 대해서는 고발과 수사의뢰를 하기로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법인 설립허가 취소 여부는 검찰 고발·수사 결과와 시정조치 이행 여부 등을 판단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마땅히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할 유아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노력은 제쳐둔 한유총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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