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질책할땐 ‘당신’ 대신 ‘나’를 주어로 말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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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 상처 안주며 문제 해결하는 리더의 대화법

“과장이란 사람이 대리보다 못하다니….”

직장 상사에게 이런 질책을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수치심이 밀려들고 후배들 앞에서 부끄러움에 낯 뜨거워질지 모른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스테펀 폴터에 따르면 리더의 80%는 화를 낼 때 ‘폭력적 대화’를 한다고 한다. 대한민국 직장인들 역시 이 같은 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리더의 90%가 잘못된 방법으로 말하고, 사표를 던지는 사람의 50%가 ‘회사가 아니라 상사가 싫어서’ 직장을 떠난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나쁜 관계를 만드는 일등 공신이 상사라는 뜻이다.

오늘날 상사가 직원에게 주먹을 쓰는 등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직원에게 상처를 주는 건 대부분 ‘말’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대다수 리더가 잘못된 방법으로 말하는 원인은 심성이 고약해서가 아니라, 비폭력적이고 생산적으로 질책하는 방법을 제대로 훈련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관리자가 됐으니 잘해 보라는 요구만 받았을 뿐 지금껏 이에 대한 어떤 학습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65호(2019년 1월 15일자)는 직원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문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리더의 소통 방안을 분석했다. 핵심 내용을 소개한다.

○ ‘지적질’은 추상적 내용보다 사실에 기반하라


대화에서 관계를 악화시키거나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은 메시지 내용이 아닌, 표현 방법이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대화법을 익혀야 하는 이유다. 미국 하버드대가 리더십 훈련에서 ‘갈등 상황의 비폭력 대화’를 대표적 강좌로 운영한다는 것도 그 중요성을 방증한다.

비폭력적 대화를 위해서는 화를 낼 때 추상명사가 아닌 관찰 가능한 사실(fact)로 지적해야 한다. “도대체 기본이 안 됐어” “믿을 수가 없단 말이야” 같은 꾸지람은 구체적 근거도 없이 인격을 평가하는 추상명사로 사람을 나무랐기 때문에 듣는 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아울러 꾸짖더라도 일방적 지시로 끝을 맺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입으로 직접 약속 사항을 말하게 하면 실천 단계에서 자발성과 책임감을 크게 높여 대화가 흐지부지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상대를 존중하는 수평적 상황으로 대화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이는 대화가 끝난 후에 감정의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 ‘당신’이 아닌 ‘나’를 주어로 삼는 표현법을 써라


‘나-표현법(I-Message)’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보통 화가 났을 때 사람들이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소극적(passive), 공격적(aggressive), 중립적(neutral) 방법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나-표현법은 이 중 중립적 방법에 해당한다. 마음속으로 화를 삭이는 소극적 방법도 아니고, 화를 참지 못해 감정적으로 반격하는 공격적 방법도 아니다.

현재 하버드대는 직장인이나 경영인들을 대상으로 나-표현법을 훈련하는 과정을 인기리에 운영하고 있다. 이 방식은 자기 자신을 문장의 주어로 삼는다. 가령, “당신은 왜 그 모양이오. 약속도 지킬 줄 모릅니까?”라고 말하는 대신 “당신이 약속을 안 지켜서 내가 난처했습니다”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소통하기 위한 기술이다.

하버드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 불만이 있거나 갈등이 있을 때 그것을 표출하기만 해도 불만의 90%가 해소된다고 한다. 이는 불만의 원인 자체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다. 화가 나거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겪을 때, 무조건 참고 억제하기보다는 나-표현법으로 표출하는 게 낫다는 의미다.

○ 리더 스스로 약점을 노출하라

정서적 소통은 업무적으로 원활한 소통을 일으키는 촉매제다. 직장에서 정서적 소통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리더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스스로의 무지나 약점을 노출하는 일이다.

성공한 사람일수록 실수를 잘 인정하는 특성이 있다는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그비인터내셔널의 조사가 있다. 실제 커피 하나로 세계를 석권한 스타벅스의 전 회장 하워드 슐츠는 “직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대화의 출발점은 직원들과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내 약점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직원들과 연결고리를 만드는 열쇠”라고 말한 바 있다.

슐츠의 통찰처럼 리더가 약간 허술함을 보일 때 대화의 문도 열릴 수 있다. 그래야 직원들이 상사가 불편해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의견을 내고, 고충이나 불만사항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

한편 지나친 카리스마는 경계해야 한다. 카리스마가 자칫 정서적 소통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2008년 “리더의 카리스마가 강한 기업일수록 경영 성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한 적이 있다. 무조건 권위와 위엄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압하기보다는 때때로 실수와 허점을 인정하는 게 조직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때 상황에 맞는 ‘적절한 수준’의 약점이어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 없다.

김영기 조직리더십코칭원 대표 actionskill@daum.net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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