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 할머니의 91세 평생동지들 “끝까지 싸워 이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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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29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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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영정 앞에서 눈물 “日사과 받을 것”
길원옥 할머니 “좀더 계시지…이리 빨리 가시네요”

이용수 할머니가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1.29/뉴스1 © News1
이용수 할머니가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1.29/뉴스1 © News1
“할머니 잘 가세요. 그런데 너무 서러워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대사관 앞에서 얼마나 고생했어요. 하늘나라 가서 아픈 데 없이 훨훨 날아가서 우리 도와주세요. 끝까지 싸워서 이길거에요. 고이 잠드시고 잘 가세요.”

오랜 세월 같은 아픔을 공유하며 함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썼던 ‘동지’ 김복동 할머니를 떠나보낸 이용수 할머니(91)는 29일 오후 3시52분 쯤 김 할머니의 영정 앞에서 한 맺힌 목소리로 울먹이며 이 같이 소리쳤다.

회색 코트에 검은색 긴 치마를 입고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이 할머니는 김 할머니의 영정 앞에서 “수요일에 만나서 용수왔냐고, 고개 끄덕끄덕해놓고 왜 가시냐”며 “다 잊어버리고 하늘나라에서 할머니들이랑 만나서, 잘 지내세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 아베 (총리), 우리 사과 받아야한다”며 “그때까지 꼭 도와주세요” 덧붙였다.

이어 앞서 조문 왔던 길원옥 할머니(91)와 옆방에서 이야기를 나눈뒤 나온 이 할머니는 취재진과 만나 분통을 터뜨렸다.

이 할머니는 “어린나이 열여섯살에 대만 가미가제 부대로 끌려가서, 정말 힘들었다”며 “이후 1946년 5월에 부산으로 겨우 살아돌아왔는데 가족들은 귀신이라며 쓰러지시고, 여태까지 숨어살듯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본대사관에 사죄하라고 배상하라는 요구를 27년, 28년째 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당사자인 우리도 모르게 일본과 비밀협상을 했다니 너무 억울하다”며 “일본은 아직도 사죄는 커녕 악랄하게 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할머니는 “얼마 전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기로 했는데, 이후 정부에게 요구하는 게 있는지”를 묻자 “아직 해산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왜 10억엔을 받아서 우리를 팔아먹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200살까지 살아서 반드시 일본에게 사죄받고 배상받을 것”이라며 “다 같이 투쟁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길원옥 할머니가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2019.01.29. © News1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길원옥 할머니가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2019.01.29. © News1
앞서 다른 위안부 피해 할머니인 길원옥 할머니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았다. 생전 김 할머니가 좋아했다는 색인 노란색 조끼에 외투를 챙겨입고 휠체어에 탄 채 빈소를 찾은 길 할머니는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과 김동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관장의 부축을 받아 빈소로 들어섰다.

길 할머니는 김 할머니의 영정 앞에 무릎을 꿇고 말 없이 묵념한 뒤 한동안 멍한 눈으로 영정만 바라봤다. 조용히 한숨쉬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길 할머니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

길 할머니는 “김 할머니 보시니 어떠시냐, 편안히 가셨다”는 관계자의 말에 “좀 더 계셨음 좋겠는데 이렇게 빨리 가시네요”라고 말했다.

빈소 옆에 마련된 작은 방에서 김 할머니의 조문보(생애보)를 보던 길 할머니는 “사진이 잘 나온 것 같으냐”는 질문에 미소지으며 “네”라고 대답했다. 조문보 뒤쪽에 나온 다른 사진들도 천천히 훑어보던 길 할머니는 한동안 김 할머니의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외에도 문재인 대통령,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이정미 정의당 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김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날부터 31일까지 매일 오후 7시에 빈소에서 추모제가 진행된다. 29일에는 평화나비네트워크, 30일에는 마리몬드, 31일에는 정의기억연대가 각각 주최한다. 미국 워싱턴D.C.와 시카고에서도 다음달 1일까지 분향소가 운영된다. 오는 30일에는 김 할머니를 추모하는 수요시위가 진행되며 오후 2시에 입관식이 있을 예정이다.

발인은 2월1일 오전 6시30분으로 예정돼있다. 이날(21일) 오전 8시30분부터 서울광장~일본대사관을 거쳐 노제를 지내고,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영결식이 엄수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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