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가 국내 축구지도자와 소통해야하는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월 28일 1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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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벤투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벤투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59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렸던 한국은 카타르에 지면서 8강에서 탈락했다. 충격적인 패배 탓에 파울루 벤투 감독에 대한 여론이 싸늘해졌다. 지난해 9월 지휘봉을 잡은 뒤 무패 행진을 거듭하자 벤투를 칭찬하던 팬들도 등을 돌렸다. 후방 빌드업을 바탕으로 측면을 적극 활용하고, 2선 공격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벤투 축구의 색깔도 퇴색된 느낌이다.

잘못된 부분은 충분히 비판 받아야한다. 그런 검증이 없다면 발전도 없다. 그렇다고 제자리에만 맴돌고 있을 수는 없다. 아시안컵 우승 실패로 한국축구가 완전히 망한 건 아니다. 우리가 다시 일어서기 위한 기회일 수도 있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제대로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9월부터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이 열린다. 한국축구가 벤투를 영입한 진짜 이유도 바로 월드컵이다.

벤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시야를 폭넓게 하고,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 축구지도자들과 자주 만났으면 한다. 스스럼없는 소통이야말로 국가대표팀을 운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드러난 것 중 하나는 벤투가 아시아축구에 대한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휘봉 잡은 시간이 짧다는 게 이유일 수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아시아축구를 제대로 알아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월드컵 무대에서는 한국축구가 도전자의 입장이지만 아시아권에서는 다르다. 우리가 우위다.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어야한다. 따라서 전술이 달라야한다. 아시안컵 조별리그부터 고전한 이유도 이 점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국가대표팀에 대해 할말이 많을 것이다. 그들도 아시아권의 밀집수비를 무너뜨리는 데 힘들어했다. 실패를 거듭하며 오랫동안 고민을 해온 문제점이다.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면 벤투에게 전해주고, 벤투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한다.

이런 노하우는 월드컵 예선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정보다. 어차피 월드컵 예선에서도 아시안컵과 비슷하게 조 편성이 이뤄진다. 그 때도 우리의 입장은 비슷하다. ‘선 수비, 후 역습’하려는 상대를 어떻게 공략할 지가 중요하다.

프로축구 K리그 선수들에 대한 정보도 더 많이 확보해야한다. 대표팀 자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면 가능자원의 풀을 넓혀야한다. 국내 지도자를 통해 추천받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들만큼 국내 선수를 잘 아는 전문가는 없다.

벤투는 카타르에 진 뒤에도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감독의 철학과 한국축구의 색깔을 확실하게 한다는 점에서 나쁘지는 않다. 다만 드러난 문제점은 어떻게든 고쳐 나가야한다. 그걸 국내 지도자와 소통을 통해 조금이라도 해결했으면 한다. 태극전사들이 벤투를 믿는 것처럼 벤투도 한국축구를 믿고 소통하는 자세를 보여야한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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