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베테랑 김해란의 인내, 에이스 이재영의 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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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28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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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해란.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 김해란. 스포츠동아DB
“언니는 늘 제 마음속 MVP(최우수 선수)에요.”

흥국생명 이재영(23)은 동경어린 눈으로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35)을 바라봤다. V리그 여자부 최초로 역대 통산 디그 성공 9,000개(9,001)의 고지를 넘어선 김해란의 ‘열정’을 알아서다.

수비 전문 포지션인 리베로는 코트에 오르는 6명 가운데서도 가장 빛을 받지 못하는 존재다. 공중에서 선보이는 호쾌한 스파이크 대신 코트 바닥에 몸을 내던지는 궂은일을 도맡는다.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팀 분위기를 살리는 일 역시 리베로의 주된 임무 중 하나다. 그 가운데서도 김해란은 2005년 프로 출범이후 단 한번도 코트를 떠난 적이 없다. 철저한 몸 관리와 강인한 인내의 결실이다.

김해란은 “리베로라는 포지션을 두고 ‘뒤에서 수비만 하니까 싫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더욱이 리베로는 잘하면 그저 ‘잘했네’지만, 못하면 ‘저것도 못하나’라는 이야기를 듣는 포지션이다”라며 “그런 부분을 견뎌내지 못하면 절대로 정상에 설 수도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리베로를 하는 도중 도망가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 선수들 중에도 정상에 설 수 있는 선수가 많았다”며 “그런 모습이 안타까워 견디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흥국생명 이재영.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 이재영. 스포츠동아DB

이재영은 이런 베테랑과의 ‘동행’이 참 즐겁다. 김해란의 수비에 힘입어 더욱 많은 공격 기회를 받을뿐더러 배구를 대하는 베테랑의 자세에서 얻는 배움의 효과도 있다. 그는 “해란 언니의 디그로 올라온 어려운 볼을 득점으로 이어내면 팀 분위기가 산다”며 “지금 그 과정이 정말 잘 된다. 덕분에 팀이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기뻐했다. 이어 “솔직히 해란 언니와 같은 팀이라 천만 다행”이라고 웃으며 “해란 언니의 수비 비중은 엄청 크다. 덕분에 블로킹을 할 때도 편하다”고 했다.

“해란 언니는 늘 내 마음 속 MVP다”라는 속마음을 밝힌 이재영은 “정말 함께 뛰고 싶은 멋있는 선수였다. 연습 할 때도 대충 하는 법이 없다”며 “제일 열정적으로 운동을 해서 선수들도 따라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정말 멋있고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해란은 “연습을 할 때보면 재영이 공격은 정말 받기 힘들다”며 “실력이 엄청 늘었다. 나도 재영이와 같은 팀이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둘은 여자부 단독 1위를 순항 중인 흥국생명(승점 46)의 구심점이다. 코트 위에서 맡은 역할은 다르지만, 둘을 통해 만들어지는 시너지 효과는 상당히 크다. 김해란이 끈끈한 수비로 이재영의 존재 가치를 극대화하고, 이재영은 탁월한 볼 처리 능력으로 김해란의 존재감을 빛내는 식이다. 이를 바라보는 박미희 감독은 “해란이가 앞으로도 계속 1호 기록 세웠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보탰다.

인천|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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